[전남일보]광주·전남 유일 연탄공장 ‘남선’ 끝내 문 닫는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전남일보]광주·전남 유일 연탄공장 ‘남선’ 끝내 문 닫는다
한 차례 폐업 후 작년 재가동
연탄가루 날림 등 주민 민원↑
화순탄광 부지 이전 진전없어
지역연탄 5100세대 ‘전전긍긍’
“에너지 취약계층 대안 절실”
  • 입력 : 2024. 01.29(월) 17:24
  • 정성현 기자
혹한이 몰아친 지난 24일 광주 남구 남선연탄에 눈바람으로 출하되지 못한 연탄이 쌓여 있다. 정성현 기자
광주·전남 유일 연탄공장 ‘남선연탄(1954년 설립)’이 올 동절기를 끝으로 잠정 폐업키로 했다. 앞서 지난해 경영난 등으로 공장 문을 닫았던 남선은 취약계층 겨울나기 지원을 위해 한 차례 폐업을 유보한 바 있다. 전남도는 생산설비가 건재한 남선을 화순탄광 부지로 이전하고자 했으나 부지 협의·주민 반발 등으로 전면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연탄공장 폐업으로 인한 에너지 취약계층 피해가 없도록 맞춤형 지원책 등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29일 광주시·도·남선에 따르면 지역 내 연탄 생산 공장은 △광주 남선 △화순 화광연탄 두 곳이다. 이 가운데 화광연탄은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가동을 이미 중단한 상태다. 남선은 지역 내 실질 연탄 생산공장으로 지역 가구들의 버팀목이 돼왔다. 그러나 이제 광주·전남에서는 더 이상 연탄 생산이 불가능하게 됐다. 남선이 내 달을 끝으로 공장 가동을 멈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남선연탄 관계자는 “연탄이 사양길로 접어듦에도 70년 향토기업으로 지역민들을 위해 가동을 이어왔다. 5년 전부터 주민 민원이 많아 폐업을 고려하던 차였다. 공장 이전 등 장기 운영책이 필요했는데 이 역시 잘 안됐다”며 “여러 문제(공장 부지·소매업자 등)를 정리해야 하기에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3월 중으로 문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광주 남선연탄 부지 인근에 ‘연탄 가루 날림’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가림막 등이 쳐져 있다. 정성현 기자
앞서 남선은 지난해 7월 연탄 사용 가구 감소 및 생산·관리 비용 증가 등 경영난과 인근 아파트·상가 주민들의 ‘소음·가루 날림 민원’ 영향으로 폐업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광주시·전남도가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겨울 동안 임시 가동해달라고 요청, 폐업 시기를 이듬해 2월로 연기했다. 직원 10명이 주 3회(월·수·금) 오전 7시~12시 매일 4만 장의 연탄을 만들었다.

그사이 시·도는 대한석탄공사 등과 함께 남선 생산설비를 화순탄광 저탄장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탄광 내 저탄된 석탄으로 신속한 연탄 제작 등 부가 이점까지 노렸다. 남선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화순 측에서 부지 개발 계획·주민 반발 등의 문제로 제안을 거절했다.

화순 폐광지역지원팀 관계자는 “시·도와 남선에서 부지 관련 협조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화순에 화강연탄이 있는데다 폐광업소 용지(석탄공사 소유)에 복합관광단지 조성 계획이 추진중이다. 주민 반발도 심해 결국 반대하게 됐다”고 했다.

전남도 에너지산업국 관계자는 “석탄공사와 화순탄광 부지 임대 협조까지 마쳤다. 화순이 연탄 제조업 허가만 내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쉽다”며 “광주·전남에 아직 연탄사용 가구가 많다. 지역 내 연탄은행도 없어 전북·경남 등에서 (연탄을) 가져와야 한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기름보일러 무료 교체 등 관련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지역 연탄가구는 광주 1116곳·전남 3975곳 등 5091곳이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 등 난방비 부담에 직면한 에너지취약계층은 3146가구(62%)에 이른다. 이들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매년 54만원의 ‘연탄쿠폰(카드)’를 지원받는다. 이는 한 장당 850원인 연탄을 고작 600여 장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일반 연탄가구 겨울철 평균 소모량이 800~1000장인 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여기에 남선연탄 폐업 후 타지에서 연탄을 가져오면 운송비 등으로 장당 150원가량이 더 붙는다. 안 그래도 부족한 연탄 양이 더 쪼그라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취약계층인 연탄가구를 위해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철호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연탄 사용 가정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이들은 태양광·가스 LPG·기름 보일러 등 연료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 연탄이 사양길에 접어듦에도 ‘익숙함’이 더 좋은 것”이라며 “‘무작정 연료 전환’은 답이 아니다. 연탄공장 폐업을 막을 길이 없다면 타 시도 연탄업과 협업해 운송비 등을 지원하거나 지역내 연탄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난방 연료를 전환하게 되면 난방비가 급격히 상승한다. 무리해서 전환한 저소득 고령층이 차상위계층으로 변한 역효과 사례도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함께 지자체가 에너지빈곤층의 취약 실태를 세심히 살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혹한이 몰아친 지난 24일 광주 남구 남선연탄 작업장에는 가동을 멈춘 제조기계들과 무연탄 등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