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패 늪’ 탈출구 없는 페퍼저축은행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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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11연패 늪’ 탈출구 없는 페퍼저축은행 ‘어쩌나’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연패
시즌 반환점서 승점 7 그쳐
공격 성공률 37.46% 최하위
디그·리시브 등 수비도 열악
  • 입력 : 2023. 12.25(월) 16:42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 선수단이 지난 2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6차전에서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의 탈꼴찌 희망이 멀어져 가고 있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변화를 주겠다”고 선언했지만 공수 모두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3년 연속 최하위 수렁으로 향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6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3(17-25, 25-20, 21-25, 25-20, 17-19)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페퍼저축은행은 11연패 늪에 빠졌다. 패배 위기에서 4세트를 가져오며 풀세트 역전승을 꿈꿨지만 14-13으로 먼저 매치 포인트를 잡고도 네 번의 듀스 끝에 17-19로 무너졌고, 지난달 10일 GS칼텍스전 이후 42일간 무승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3라운드까지 2승 16패, 승점 7 적립에 그치면서 3년 연속 최하위 타이틀도 유력해졌다. 지난 24일까지 한 경기를 덜 치른 6위 한국도로공사(5승 12패, 승점 16)와 격차는 9점까지 벌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이 또다시 최하위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다. 공격과 수비 지표가 대부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야스민 베다르트가니와 박정아도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18경기, 70세트에서 1447득점을 만드는데 그쳤다. 1경기, 1세트를 덜 치른 한국도로공사보다 17득점 많고 1경기, 5세트를 덜 치른 GS칼텍스보다 17득점 적은 수치다. 공격 성공률은 37.46%로 유일하게 38%대에 못 미치고 있다.

조 트린지 감독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주전 세터를 이고은에서 박사랑으로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시간차 공격(41회)과 이동 공격(1회)의 시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단조로운 공격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 감독이 지난 2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6차전에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페퍼저축은행은 수비에서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디그가 세트당 평균 18.5개로 6위에 머무르고 있고, 리시브 효율은 최하위인 29.87%로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3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범실도 문제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354개의 범실을 기록하고 있다. 정관장(38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인데 25점으로 환산하면 14세트를 공짜로 상대에게 내준 셈이다.

블로킹의 발전은 유일한 위안거리다. 2022-2023시즌 평균 1.65개(유효 블로킹 864개)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블로킹 수치가 이번 시즌 평균 2.29개(유효 블로킹 450개)로 2위까지 치솟았다. 야스민과 엠제이 필립스, 하혜진의 영입으로 지난 두 시즌 간 문제점으로 꼽혔던 높이를 보강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박정아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는 부분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부 연봉 상한액인 7억7500만원을 안기며 박정아를 영입했으나 이번 시즌 내내 리시브 약점을 공략하는 목적타에 고전해왔다.

과거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 국가대표팀에서는 박정아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을 활용해왔지만 조 트린지 감독은 박정아에게도 함께 수비에 가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정아는 2라운드까지 161점을 생산하며 국내 선수들 중 득점 순위 4위에 올랐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는 어깨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는 등 57점에 그쳤고, 표승주(IBK기업은행·236점)에 밀리며 5위로 내려섰다.

리시브에서도 약점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박정아는 201회의 리시브 시도 중 43회를 정확하게 받아냈다. 세트당 평균 0.41회로 리시브 효율은 13.93%에 그쳤다. 2라운드(16.78%)에 비해 2.85% 하락했고, 30위 이내의 선수 중 가장 낮은 효율이다.

조 트린지 감독은 최근 “지도자 생활에서 두 자릿수 연패는 처음이다. 늘 새로운 방식으로 좌절하고 있다”며 “더 세밀하게 수비를 하는 것이 방법일 것 같다”는 평가를 남겼다. 다만 최고 장점이라고 소개했던 그의 데이터 분석이 경기 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