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패러다임 변화 읽지 못하면 최고 기업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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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패러다임 변화 읽지 못하면 최고 기업도 사라져”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제3강
정지훈 디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전반적 산업의 틀 20년 주기 변화
PC·스마트폰 지나 ‘메타버스’ 시대
“시대를 바꾸는 기술은 주인 없어”
  • 입력 : 2023. 11.12(일) 18:17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가 지난 9일 광주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정지훈 디지스트 겸임교수가 ‘페러다임을 바꾸는 IT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정지훈 디지스트 겸임교수. 김양배 기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망할 수 있습니다.”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의 세 번째 강좌가 지난 9일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연단에 선 의공학 박사 출신의 IT 융합 전문가 정지훈 디지스트 겸임교수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IT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전기전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인 동시에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두고 국가를 넘나들며 딥테크에 투자하는 ‘KTG테크펀드’의 제너럴파트너, AI 커뮤니티 기반의 연구기관인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CVO)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활성화, 최근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등을 예로 IT산업의 사이클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눠 설명하며 기업 최고경영자로써 산업 변화의 패러다임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AI, 메타버스, 로봇 등 전반적인 산업의 틀이 바뀌었고 이제 세 번째 사이클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대략 20년 주기로 사이클이 돌고 있는데, 코로나19와 함께 디지털 퍼스트가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2020년부터 사이클이 다시 시작됐다고 본다면 앞으로 2030년, 길면 2040년 정도까지 세 번째 사이클이 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C와 윈도우, 인터넷이 등장한 1980년 후반부터 2000년 중반까지를 첫 번째 사이클로, 스마트폰,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된 2000년 중반부터 최근까지를 두 번째 사이클로 정의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 사이클에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핵심으로 꼽으며 부피와 무게가 있는 자원의 희소성 등으로 공급과 수요가 결정되던 원자의 세계, 즉 전통산업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한한 가치를 지닌 디지털 산업으로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IT 역사의 시작은 컴퓨터의 등장과 맞물려있는데, 1970년대 최초로 등장한 컴퓨터는 명령어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사용할 수 있어 대중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며 “이후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95’를 등장시키며 누구나 마우스로 클릭만 할 수 있다면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대중화되며 이전에 없던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사이클의 시작으로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을 꼽으며 사이클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정 교수는 “스마트폰 시장의 시작을 알린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었지만, PC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며 “당시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삼성 등 휴대폰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도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부분 기업들이 빠른 변화에 일단 잠깐 두고 보자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인데 스마트폰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장됐고 한국에서는 삼성이 비교적 빠르게 스마트폰 사업에 손을 대며 시장을 선도했다”면서 “당시 LG와 6개월가량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 스마트폰 시장을 봤을 때 그 6개월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격차를 가져왔다.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면 최고의 기업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새로운 사이클이 등장했을 때 시장 변화 속도가 해당 분야의 최고인 기업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이미 빨라졌고,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대응할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 속에 완전히 자리 잡아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는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유튜브, 틱톡,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결국 대중들에게 활성화될 수 있는 자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와 같은 두 번째 사이클의 종료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 중심 사회인 세번째 사이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일단 메타버스를 일례로 아직까지 대중적인 가격대 형성이나 상용화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 충전 시스템의 현실화 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미흡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며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등 이례적으로 생태계가 구축되기 전부터 서비스가 먼저 나오기 시작한 만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이클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미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며 사실상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은 이미 메타버스화 됐고 기술 수용성 역시 높은 상태로, 적응에도 기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교수는 “시대를 바꾸는 기술은 언제나 독점하지 못하도록 이뤄져 왔다. 기술은 널리 퍼지는 순간 비용이 하락하는 특성을 갖는다. 결국에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 특정 고객들과 연결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메모리 등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측면에서는 한국도 이미 뒤처지지 않을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