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탕후루’ 매장… '불황형 창업' 우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우후죽순 ‘탕후루’ 매장… '불황형 창업' 우려
광주 45곳 운영… 충장로에만 5곳
수요 급증·낮은 창업비용 등 영향
짧은 유행 주기 따른 폐업 우려도
자영업 경기 최악… 창업 신중해야
  • 입력 : 2023. 10.26(목) 16:11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탕후루 매장에 나무 꼬챙이와 종이컵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마련돼 있다.
과일에 설탕 시럽을 입혀 만드는 중국식 디저트 ‘탕후루’가 인기를 끌면서 지역에서도 매장이 급증하고 있지만 무분별 창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 자영업자들의 운영 위기 지표가 심각한 수준에서 창업비용 등이 낮은 업체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불황형 창업’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된 광주지역 탕후루 전문매장은 45개로 2주 전인 지난 10일보다 5곳이나 증가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탕후루 매장이 지역에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탕후루 체인점을 보유한 달콤나라앨리스 프랜차이즈의 ‘달콤왕가탕후루’ 매장 수는 이달 기준 420여개로, 지난해 43개에 비해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해당 체인점은 광주지역에서도 15여개 매장이 운영되면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광주 동구 충장 1·2가에서는 한 블록에 걸쳐 5곳의 탕후루 업체가 운영되는 등 어렵지 않게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탕후루 매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긴 나무 꼬챙이에 과일을 끼우고 설탕시럽을 입힌 탕후루는 과일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인 색감과 설탕시럽이 깨지며 나는 바삭한 소리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는 여전히 ‘탕후루 먹방’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상위게시물로 등록돼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미취학 아동부터 10대 청소년들이 탕후루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부모들의 고민 상담이 줄을 잇고 있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적은 창업비용도 매장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달콤왕가탕후루의 가맹점 창업 부담금은 △가입비(가맹비) 1000만원 △교육비 300만원 △주방기기·기물(인테리어 포함) 4590만원 △간판 내외부 사인물과 기타 집기 960만원 등 6850만원 수준이다. 10평 내외의 상가 임대료를 감안해도 8000만원 내외로 창업이 가능하다.

북구 운암동에서 탕후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는 “원래 다른 종류의 매장을 운영하다가 최근에 탕후루로 업종을 변경했다”며 “당분간은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고 일단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서 도전할 수 있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동네별로 매장을 여러개 운영하고 있는 분들도 있어서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전의 다양한 사례에서 검증된 것처럼 국내 디저트 시장의 짧은 유행 주기에 따라 탕후루 역시 ‘반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대만 카스테라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반짝 인기를 끌다 고발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불과 1년 새 집단 폐업을 하며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슈니발렌, 벌집아이스크림, 최근 카페 베이커리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약과 등 대부분의 디저트류 열풍은 1~2년새 새로운 아이템으로 대체되기 마련이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소상공인 폐업공제금 지급액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450억원에 달하며 이미 전년도 한 해 분량 지급 총액에 육박하는 등 자영업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반짝 인기로 창업한 후 폐업 수순을 밟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지역 영세 상권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의 한 창업매니저는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창업비용 등이 낮은 분야를 중심으로 업체가 늘어나는 ‘불황형 창업’이 확산하는 경향이 큰데, 탕후루의 경우 제품 유행과 불황형 창업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가 맞물려 버렸다고 생각한다”며 “무작정 실적을 쌓으려 창업을 권하는 곳도 있겠지만, 이미 시장이 많이 형성된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하고 조금 더 장기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창업 분야를 고민해 보라고 조언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