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자치법규 제·개정에 행안부가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정당 현수막 관련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횡단보도·버스정류장 30m 이내 현수막 △신호기·도로표지·가로등·가로수 등에 연결해 설치된 현수막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 설치된 현수막 △도로변에 2m 높이 이하로 설치된 현수막을 정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서 금지한 광고물 기준을 더 구체화해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한 현행 법적 기준을 더 강화한 셈이다.
또 △정당마다 각 동 4개 이하 설치 △게시 기간 경과 현수막 즉시 자체 정비 △5·18 폄훼 문구 표시 금지 △개인 비방·명예훼손 문구 표기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위반 시 시가 강제 철거나 과태료 처분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시는 입법예고가 끝남에 따라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8월30일~9월8일 예정된 제319회 임시회에 해당 조례를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안부는 입법 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광주시에 공문을 보내 ‘조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의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상위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안을 담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지침에 따르면 정당 명칭, 연락처, 설치업체 연락처, 표시기간(15일) 등을 표기한 현수막은 허가·신고·금지·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경우도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광주시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례 개정에 나섰지만, 행안부에서는 상위법과 상충한다며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행안부 지침을 강화해 과태료 규정까지 둔 광주시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하위 법령이 조례로 담아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5월 국회의원 선거구별 정당 현수막 4개 이하 제한, 혐오·비방 내용 금지 등을 담은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 12일부터 정당 현수막 강제 철거를 시작했다. 행안부는 위법 조례라며 대법원에 인천시 조례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효력 집행 정지도 신청한 상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은 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와 함께 정당 명의 현수막 설치를 합법화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무분별한 옥외 광고물로 인해 보행 중 끈에 걸리거나 운전 중 시야 확보가 안 되는 등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정치권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부터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은 90여건에 달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은 민원이 많고, 위험한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행안부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계획된 행정 절차는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