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남일 아니랑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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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이거 남일 아니랑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코 앞
● 영광 천일염·굴비 생산 현장
바닷물 증발 천일염 직격탄 우려
소금 사용 간장·된장에도 악영향
“국내산 어류도 방사성 물질 오염”
  • 입력 : 2023. 06.01(목) 18:38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지난달 30일 영광군 염산읍에서 만난 오시술씨가 바닷물이 천일염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씨는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천일염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성현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추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과 천일염 생산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굴비의 고장’ 영광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원전 오염수 방류… 어민들 ‘공포’

“이거 남 일처럼 생각하면 안 된당께.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여. 결국 다 먹게 돼 있어. 어떻게 해서라도 바다에 못 붓게 해야 혀.”

십수 년째 영광군 염산면에서 천일염을 채취해 온 오시술씨의 마음은 타들어 가기만 한다. 이르면 내달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씨는 “천일염은 바닷물을 태양·바람 등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굴비 외에도 김치·간장·된장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다”며 “제조 특성상 오염수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일본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유해 물질이 발견된다면 그 즉시 천일염 업계는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씨는 오염수로 인한 불안한 국민 정서도 체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 어르신은 ‘얼마 살지도 못하는데 돈 주고 방사능 소금까지 먹고 싶지는 않다’며 십수 년 치 물량을 선주문하기도 했다”며 “바다는 계속 흐른다. 일본에서 '괜찮다 괜찮다' 해도 결국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부와 국민이 나서서 이를 막아야 한다. 이제는 먹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염수로 인한 공포는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도 큰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영광읍에서 만난 굴비 생산업체 박용호 대표는 “방류시 어민들 모두가 곧장 직격탄을 맞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오염수와 관련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방류가 시작되면 국내산 어류들도 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 물고기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하는데, 어떻게 영향이 없을 수 있겠나”라며 “국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방류해야 한다면 ‘막는 시늉’이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피해보상이라도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1일 한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중인 천일염 업장은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로 인한 주문 폭주에 대해 안내 사항을 남겼다. 정성현 기자
●“방사성 물질로 내부 피폭 위험↑”

오염수에 노출된 음식을 섭취할 경우 방사성 물질의 축적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훼손된 후쿠시마 원전 핵연료봉 온도 등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된 바닷물 137만t을 일컫는다.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육지에 설치된 방사성 물질 정화 처리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쳐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약 30년 동안 바다로 배출될 예정이다. 일본은 ‘오염수가 알프스를 거치면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담수화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등은 걸러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유해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알프스를 비롯해 모든 정화 설비가 일본 측에서 마련한 거다. 인접 국민으로서 이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지 않겠나"라며 “오염수 방류 이후 삼중수소 등 인체 유해 성분이 발견된다 해도 그때는 이미 늦었다. '되돌릴 수 없다는 점'만으로도 방류를 막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한 원자력 전문가는 “삼중수소는 인체 유해 성분으로, 체내의 정상적인 세포를 밀어내고 유전자를 변형·사멸시킬 수 있다. 반감기 또한 굉장히 긴 편이다”며 “당장 오염수에 노출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없을 수 있으나, 방출이 끝나는 30년 이후에는 방사성 물질이 쌓여 내부 피폭 등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 기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 물질도 우려된다. (오염수 방류는)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제언했다.

한편, 전남도는 오염수 투기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자 최근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단계별 대응계획을 수립했다. 도는 방류가 이뤄지면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제를 강화하고, 원산지표시 품목도 확대하기로 했다. 전남은 양식장·어선·수산물·천일염 생산량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수산물의 60%를 생산하는 최대 산지다.
지난달 30일 영광군 영광읍에서 만난 박용호씨가 굴비를 포장하고 있다. 박씨는 오는 7월 방류될 오염수가 어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