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네덜란드 전시가 열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박소영 수습기자 |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한달째를 맞은 지난 6일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에 관람객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6일 찾은 광주 북구 비엔날레전시관.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등 궂은 날씨에도 전시관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엄마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까지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공간을 가득 메운 진한 흙냄새에 관람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전시장 바닥에 흩뿌려진 흙은 불레베즈웨 시와니의 작품인 ‘영혼강림’의 한 요소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설치 미술이다.
흙이 작품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챈 관람객들은 금세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뀌어 벽면에 붙은 작품 설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떤 이는 설명서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어 관련 영상을 보기도 하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작품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한달째를 맞은 지난 6일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에 관람객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해연 인턴기자 |
대전에서 온 윤상조(42)씨는 “미술관에 갔을 때 아이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 어린이날을 기념해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광주에 왔다”며 “광주에 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국립광주과학관 등 다른 명소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니며 여행을 즐기고 싶다. 이틀 정도 머무르며 관광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어버이날 선물로 비엔날레 관람을 택한 이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김신철(35)씨는 “평소 부모님이 전시 관람을 좋아해서 어버이날을 기념해 부모님과 함께 광주에 왔다”며 “명성대로 규모도 크고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많은 것에 신경을 쓴 느낌이 든다. ‘코 없는 코끼리’는 작품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직접 만질 수 있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3전시관 등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작품에 그림을 덧그릴 수 있는 참여 작품과 문화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어 가족 관람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가정의 달인 만큼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로 붐비고, 개막 이후 분위기가 가장 활발하다. 이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별 전시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캐나다, 중국, 프랑스 등 9개 국가가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돼 큰 관심을 끌었다. 파빌리온 전시는 이강하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광주 전역에서 펼쳐지지만, 그중에서도 비엔날레 본전시관과 가까운 광주시립미술관의 네덜란드 전시장에 관람객이 더욱 붐비는 모양새였다. 특히 국제 전시인 만큼, 외국인 방문객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네덜란드 전시장은 작가가 관련 재판 퍼포먼스를 벌였던 가상 재판장이 설치돼 있어 위엄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옆에는 멸종된 동식물 그림이 나란히 진열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던 브라질 국적 미리암(46)씨는 “서울에서 머무르는 중에 광주에서 국가별 다양한 주제를 다룬 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를 한다길래 와 봤다”며 “기후위기 등 생각할 거리가 많아 좋다. 광주 전역에 파빌리온 전시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모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비엔날레가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오는 9월 개막하는 디자인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날 관람을 마치고 나온 이들 상당수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이미 예약했거나, 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비엔날레 관람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송혜린(24)씨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에 맞게 강자와 약자, 여성의 삶을 작품들에 잘 녹여낸 것 같다. 광주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작품도 있어 이를 통해 광주가 어떤 도시인지 알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디자인 비엔날레 티켓도 미리 예약했다. 다음 비엔날레도 매우 기대가 된다”고 평했다.
강주비 기자·박소영 수습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