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맛집’ 아닌 ‘학생식당’ 찾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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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고물가 시대… ‘맛집’ 아닌 ‘학생식당’ 찾는 대학생들
지갑 얇은 대학생들 “저렴하다”
자취 등 물가 부담에 식비 줄여
5000원 밥값도 버거워 편의점행
인근 식당 “개강특수 옛말” 한숨
  • 입력 : 2023. 03.21(화) 17:38
  • 한규빈·강주비 기자
21일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한규빈 기자
“역시 학생식당이 싸네~ 저녁도 여기서 먹을까?”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여, 지속되는 고물가 현상 탓에 대학교 점심시간 풍경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학생들은 ‘맛집’ 대신 학생식당(학식)과 편의점으로 몰렸고, 개강 특수를 기대하던 인근 식당들은 ‘코로나 때와 차이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21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학생식당, 점심을 먹기 위한 학생과 교직원들의 줄이 1층 로비까지 늘어져 있었다.

이곳의 학식 가격은 ‘5000원’. 물가가 나날이 오르는 상황에서 지갑 얇은 학생들에겐 최고의 선택지다. 긴 대기 끝에 겨우 식판에 음식을 담은 학생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배식을 기다리던 백민지씨는 “올해는 물가가 부담되는 탓에 작년과 달리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점심으로 학식을 먹는 것 같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과 1000~2000원에서 많게는 4000원 정도 차이가 나는데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괜찮다”고 말했다.

학생 박범수씨 역시 “외부 식당보다 가격 부담도 덜 하고, 공부하다 식사를 해결하기엔 이곳이 가장 가깝다. 도서관 1층에 편의점도 있지만 도시락 메뉴가 부실해 학식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21일 조선대학교 학생식당 ‘솔마루’에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같은 시각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이곳 학생식당 ‘솔마루’ 역시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솔마루’는 푸드코드 형식으로 한식, 중식, 분식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음식은 대부분 6000~7000원대로 일반식당에 비해 저렴하지만 학생들은 그중에서도 더 싼 음식을 고르는 분위기였다.

실제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서 길게 줄을 선 학생 상당수는 5000원 미만의 덮밥이나 도시락류의 음식을 택했다.

이날 4500원짜리 덮밥 메뉴를 주문한 국어국문학과 학생 이모씨는 “선택지가 많은 듯 하지만 결국 싼 메뉴를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자취를 하고 있어 물가 부담이 크다 보니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후문 쪽 식당은 거의 가지 않고 점심은 학식으로, 저녁은 집에서 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식탁 10개 정도가 마련된 교내 편의점 취식 공간은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이 가득 찼다. 진열대에 대량으로 쌓여있던 간편 식사류들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인근 벤치에서 편의점 김밥을 먹던 학생 이수민씨는 “요즘 같은 물가엔 한 달 용돈 30만원으로 외식하는 건 기대할 수 없다”며 “학생식당도 저렴한 편이지만, 가끔 저녁 약속이 잡히면 조금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21일 식당들이 모여있는 조선대학교 인근 거리가 점심 시간에도 학생들 없이 한산하다. 강주비 기자
장사진을 이루는 학생식당과 달리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대학가 상인들은 울상이다.

이날 전남대와 조선대 인근 식당은 점심시간임에도 빈 테이블이 더 많았다. 임대 문의가 붙어있는 건물도 즐비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식당들 역시 ‘개강 특수는 옛말’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인근에서 4년간 가게를 운영한 자영업자 신일하씨는 “코로나 이전 학기 중과 비교해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 우리 가게는 음식이 저렴한 편인데도 (학생들이) 잘 안 온다”며 “고물가가 이어지니 앞으로도 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그 옆에서 식당을 하는 김해숙씨 역시 “개강 특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점심 메뉴를 서비스 차원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데도 학생들이 안 보인다. 경기가 다시 살아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 고민이 크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규빈·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