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실종’… 한파·폭설에 채소가격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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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깻잎 실종’… 한파·폭설에 채소가격 ‘껑충’
광주 깻잎 도매가격 2㎏ 4만7000원
전월비 60% 상승… “파는 것이 손해”
상추·양배추도 전월비 66%·28% 올라
연말 수요 고깃집 등 자영업자 ‘울상’
  • 입력 : 2022. 12.27(화) 17:33
  • 곽지혜 기자
2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한 채소류 판매 상점에서 깻잎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시장에서 깻잎이 사라졌다. 많은 눈이 내린 후 한파가 지속되며 상추·깻잎 등 엽채류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송년회와 신년회 등 수요가 몰리며 연말연시 특수를 노리던 자영업자들은 치솟은 채소 가격에 울상을 짓고 있다.

27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청과상회와 채소류를 판매하는 노점상 등 20여곳을 둘러본 결과, 깻잎을 판매하고 있는 점포는 한 곳도 없었다. 미나리, 파, 양파, 배추, 시금치 등 각종 채소들 사이에서도 깻잎만 찾아볼 수 없었다.

양동시장에서 채소류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 한모(61)씨는 “깻잎이 너무 비싸졌다. 한 상자 도매가격이 4만원도 넘는다”며 “그 가격에 들여와서 소매로 파는 건 이득도 없고 위험부담도 커서 상인들이 지금 모두 깻잎을 들여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깻잎은 추워지면 수확이 어려운 채소인데 얼었다 녹아도 판매할 수 있는 상추와 달리 깻잎은 한 번 얼어버리면 무조건 버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추운 날에는 특히나 보관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광주지역의 깻잎 2㎏ 한 상자의 도매가격은 4만7000원에 달했다. 지난달 1만8750원보다 60% 이상 오른 것이다.

깻잎 가격은 본격적으로 한파가 시작된 2주 전 2만4000원에서 지난주 3만1000원대로 올라서더니 폭설이 내린 후 이번주 4만원을 돌파했다.

깻잎뿐만이 아니라 상추, 양배추 등 엽채류들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적상추 4㎏ 한 상자의 광주지역 도매가격은 지난달 1만2750원에서 이날 3만8000원으로 66%가량 올랐으며 양배추 8㎏ 도매가격은 한 달새 6745원에서 9330원으로 28% 상승했다.

해당 채소류의 가격이 상승한 것은 엽채류가 특히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엽채류는 비가 많이 오고 무더운 여름철에도 생산량이 감소하지만,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 한파와 폭설로 인한 냉해 피해에도 취약한 작물이다.

실제로 양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무안의 경우 최근 호남지역에 쏟아진 폭설로 수확을 하지 못해 공급량이 급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엽채류의 공급은 감소하고 있지만, 연말연시 많은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에서의 엽채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5)씨는 “삼겹살을 팔면서 쌈채소를 내놓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 연말이라 단체 손님 예약이 많은데 이런 경우 채소류나 반찬도 평소보다 더 많이 소비된다”며 “한 겨울이면 채소값이 오르기도 하지만 올해는 전체적으로 물가가 올라가면서 지금 채소값까지 너무 비싸 고민이다”고 말했다.

평년보다 이른 설에 명절 대목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변수다. 추위가 지속되면서 명절 수요까지 겹칠 경우 엽채류의 고시세 기조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역의 한 농식품 유통 관계자는 “최근에 내린 폭설로 제주도의 경우 물류가 완전히 마비됐었고, 내륙도 교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농산물 가격이 요동쳤다”며 “기상 악화를 대비해서 일부 업체들은 저장고에 물량을 비축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