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경제ㆍ에너지 '와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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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산물 고부가 가치로 넘자
환경ㆍ경제ㆍ에너지 '와인 철학'
야생사과 와인 제조- 프랑스 뤼엘농장
  • 입력 : 2016. 08.11(목) 00:00
갈멜 대표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뤼엘농장 현황을 설명해 주고 있다.
농촌체험관광사업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유럽국가 중 한 곳이 프랑스다. 이 사업에 따라 각 농가들은 △농가 음식 체험 △농가 시식 △농가 특산품 직판 △승마 △농업 교육 △농장 체험 △농가 숙박 △농가 부근 캠핑 등 총 9개 농촌관광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의 농촌마을개발사업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철저한 교육과 품질 관리다. 그 핵심에는 농촌관광 품질인증 공동체인 BAF(Bienvenue a la fermeㆍ농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세느강을 따라 2시간여를 달려 노르망디 근처 BAF 인증농가인 뤼엘농장을 찾았다. 야생사과를 와인으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으며 30분 거리의 '모네마을'을 농촌관광과 연계한 덕택에 전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농 형태로 운영되는 프랑스 대표 농장으로 국내 6차산업 관계자들의 필수코스인 노르망디에 있는 뤼엘농장을 찾아갔다.

"한국과 인연 반가워요"

"아! 코리아에서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제 조카도 한국여자를 만나 지금 부산에서 살고 있거든요."

산도 보이지 않고 끝도 없이 지평선만 나오는 길을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찾아간 뤼엘농장(La Ferme des Ruelles). 미쉘 갈멜(Michel Galmel) 대표가 아내인 샹탈 갈멜(Chantal Galmel)씨와 마중나와 인사를 건넨다. 조카 얘기에 표정이 밝아진다.

농장 건물이 고풍스럽다. 1650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유럽건물 특유의 분위기가 풍긴다. 17세기 이곳 들판은 사냥터로 활용됐다. 1836년부터 야생사과 등을 재배 해오던 농장이었으며 1960년 그의 부모가 인수했다. 갈멜 대표가 지난 1991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17세기 당시 건물을 그대로 쓴다. 집으로, 사무실로, 매장으로 쓰면서 환경을 보전하는 사과농업 과일가공, 숙박형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갈멜농장은 500㏊, 1000㏊ 규모의 다른 기업형 농장과는 달리 규모가 작은 편이다. 3.5㏊에 야생사과 2000그루를 심고 있으며 60㏊에 밀 등 각종 시리얼을 재배하고 있다. 3명의 인부와 함께 후계인력 육성 멘토-멘티 양성, 프랑스 견습교사인 메트르 자격을 가진 농가로 농고생 실습 등 후계농을 육성하고 있다.

농촌관광을 테마로 민박(방 2개ㆍ3인용)도 하고 있어 늘 전세계인들과 만난다. 보통 1~3개월을 머물다 가며 다녀간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매년 1만여 명 안팎의 관광객들이 다녀가지만 갈멜 대표가 반기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관광이 아닌, 벤치마킹이나 농장경영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 매장 내 방명록에는 2014년 제주, 충청지역 자치단체 공무원뿐 아니라 지난 7월5일 선진 6차산업 농장을 벤치마킹하러 온 국내 관계자들의 방문 소감도 눈에 띈다.

야생사과 와인 제조 관광과 연계

갈멜 대표가 매장으로 안내하며 사과와인을 권한다. 매장은 그의 부인인 샹탈 갈멜씨와 방학동안 잠깐 들른 대학생인 그의 딸 뽈린스 갈멜이 함께 돌보고 있다. "사과향에 은은한 알코올향이 매력적이네요. 목넘김도 수월하구요." 마신 소감을 얘기했더니 으쓱해 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웃는다. 농장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는데 대형버스 2대가 앞마당에 주차한다. 독일에서 온 70대 관광객들이다. 50여 명을 강의실로 안내하더니 그곳에서 20분간 농장의 역사와 경영방침, 유기농 농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유 등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버스 2대가 출발하자마자 또 2대가 도착한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노르망디로 배를 타고 온 뒤 세느강변을 따라 농장을 견학하는 중이다. 이들은 사과와인과 각종 제품을 구입한 뒤 1시간여 만에 떠났다. 이들은 30여분 거리에 있는 인상파 화가 모네가 살았던 '모네마을'로 이동한다고 했다. 6차산업을 농촌관광과 연계할 경우 '윈윈'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6차산업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는 테마를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에 역점을 둬야 할 것 같다.

관광객들이 떠나자 비로소 갈멜 대표가 강의실로 안내한다. 말이 강의실이지 어릴적 시골 헛간과 빼닮았다. 400여년이 훨씬 더된 건물로 시골스럽다.

철저한 3E정책으로 성공

뤼엘농장의 성공요인은 다름아닌 '3E정책' 덕택이다.

3E는 △환경(Enviorenment) △경제(Economy) △에너지(Energy) 정책을 말한다. 30여년 간 철저하게 친환경정책을 고수한다. '과다생산은 농산물 값을 떨어뜨리는 주범일 뿐 필요 이상의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농업철학이다.

그가 현황판을 바꿔가며 친환경 농법을 설명한다. 농산물 재배의 가장 중요 요소는 환경분야다.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 한다. 그는 "자연이 저절로 회복되면 인간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한다. 야생사과나무 역시 가지를 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한다. 가지를 자르게 되면 생육에도 문제가 생긴다. 비가 많이 와도 병해충이 생기기 않는다. 지렁이농법을 활용해 비옥한 옥토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농장 근처는 야생사과 단지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먹는 그 사과가 아니다. 작은 밤 크기로 식용이 아닌 와인용이다. 사과 채취도 손으로 따지 않는다. 11월 쯤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는 데 그 때 채취기로 일괄 쓸어 담아 와인숙성통에 저장하면 된다.

둘째 경제ㆍ경영부문이다. 농산물이 과다 생산되지 않도록 조절한다. 생산도 최소화 한다. '적게 생산하고 적게 쓰자'는 주의다. 인건비가 워낙 비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셋째 에너지 부문이다. 뤼엘농장에 들어오기 전 왼편으로 7000㎡ 규모의 갈대 모양의 밭이 보인다. 밀도 아니고 무슨 작물을 심었을까 궁금했는데 오늘날 뤼엘농장이 있게 만든 갈대(miscanthus)였다. 키가 4m로 베어도 다음해 또 자란다. 늦가을에 잘게 잘라 연료로 쓴다. 이 덕택에 겨울철 연료비 6000유로 이상을 절감했다. 그는 "석유로 난방을 할 경우 44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데 이 갈대는 겨우 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돼 연료비도 벌고 환경오염도 크게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팔릴 만큼만 생산해야

뤼엘농장은 최근 사과와인만 다루지 않는다. 사과주스와 잼, 식초, 유자기름 등을 판매하며 인근지역에서 생산되는 술과 농산물, 제품도 판다. 학교체험과 농장개방 날에는 커다란 장터를 이룬다. 생산된 농산물은 가끔 파리까지 나가 판매하기도 한다. 한해 매출은 22만유로다. 말을 마치며 건네는 그의 충고 한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뤼엘농장 미쉘 갈멜대표는 "농산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산할 필요는 없어요. 너무 많이 남아 못파는 가공품보다는 조금 적게 만들어 '없어서 못 파는'가공품을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죠. 많이 생산해봐야 가격만 떨어뜨리고 판로가 없다면 정말 의미없어요. 팔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하고 팔아야지요."

노르망디(프랑스)=글ㆍ사진 박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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