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부로 배속되면서 평소 친분이 있고 존경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공진성 교수와의 자리를 가진바 있었다. TV에서도 자주 얼굴을 비추는 터라 그와 있는 시간에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시민들로 인하여 대화는 20여분마다 한번씩 끊기기도 했다. 그에게 현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문제가 있긴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공 교수는 단박에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민주당의 주된 문제는 정치를 자꾸만 인격화(personalize)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호도합니다. 탄핵이니 정권교체가 나오는...
2024.01.08 15:35“가만히 귀 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 금방이라도 들려 올 것 같은 /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 바다 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이해인 ‘새해 첫날의 소망’에서 새해가 되면 덕담을 건네는 문화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형태가 볼썽사납게 일그러졌을 뿐. 고운 한지에 먹으로 쓴 선조들의 ‘낭만 연하장’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고, 화려한 문양에 형형색색으로 인쇄된 문방구 연하장도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로 남겨진 지 오래됐다. 이젠 핸드폰 몇 번만 터치...
2024.01.07 18:10“소수가 지배하고 소수가 영욕을 누리던 반대중적 현상을 일소하고 희망에 찬 대중의 70년대를 열겠다.” 1970년 1월 24일, 45세의 3선 의원 김대중이 대한민국 7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40대의 신선한 힘으로 박정희가 노리는 3선 개헌을 저지하고 무력감에 빠진 야권을 되살리겠다는 이른바 ‘40대 기수론’이었다. 유진산 당수 등 당시 신민당 수뇌부 뿐만 아니라 경쟁자였던 박정희 조차도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김대중은 그 해 4월 27일 치러진 선거에서 521만 표를 얻으며 박정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924년...
2024.01.04 17:05흔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코로나19를 겪으며 자영업자들은 이 말에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단다. 노력도 나를 배신할 수 있는 세상이구나. 남들과는 다를 거라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믿어왔지만 나라고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구나.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했다고 한다. 지난해 봄, 3년4개월 만에 관련 규제들이 해제되고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되면서 코로나19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날인 12월31일에는 언제까지나 길게 줄을 서 있을 것만...
2024.01.03 13:41예로부터 정월 초하룻날에는 조정으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해왔다. 이러한 의식은 백성들에게 국왕을 정점으로 한 왕실의 위엄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수서(隋書)’ ‘당서(唐書)’ 등에 신라 왕실의 하례행사에 관한 기록이 있어 왕권국가로서의 기반이 갖춰진 이후 계속 이어져 내려온 행사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신년하례(新年賀禮)를 통해 새해를 맞는 기쁨을 나눴다. 조선시대의 회례연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해를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새해 벽두...
2024.01.02 17:23‘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직책에 있던 옛 인물이 현재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때 쓰는 말이다. 사자성어로는 ‘구관명관(舊官名官)’. 일반적으로 전임자의 능력이 뛰어난 데 반해 후임자 능력이 이에 못 미치면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 그러나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회분야에서 변화가 가속화되다보니 노장의 노련함 보다 젊은 패기의 우월함을 강조하면서 빠른 세대교체들이 이뤄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
2024.01.01 12:48‘나 혼자만 바뀌어도 세상은 그만큼 바뀐다’. 지난 2012년 강인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망가뜨린 것, 모른 척 한 것, 바꿔야 할 것’이란 책을 펴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는 책. 사회 변화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대선이나 총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도 개개인이 수백 번씩 반복하는 ‘일상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두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만든다’고도 했다. 과연 그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망가졌을까. 놀...
2023.12.28 17:01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가 2023년 말 한국에서 유명세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가 8일 발표한 12월 첫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종합 1위를 유지했다. 작가는 쇼펜하우어의 목소리를 빌려 ‘인생이 고통임을 인정하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가짜 행복 대신 자신만의 진짜 행복을 위해 새롭게 거듭나는 고통을 겪어라’라는 조언을 한다. 비슷한 메시지를 담은 쇼펜하우어의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1851년 출간)도 베스트셀러 4위에 ...
2023.12.27 13:00‘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다. 국화나 구절초처럼 이름을 알면 화초지만 이름을 모르면 잡초이듯 이름은 자신을 밝히는 표징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하늘은 녹(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
2023.12.26 16:34사발통문(沙鉢通文)이란게 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알리는 고지문(통문)이다. 그런데 통문의 모양이 특이하다. 사발(밥그릇)을 엎어서 그린 원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의 이름이 둘러가며 적었다. 순서대로 이름을 적지 않고, 빙 둘러서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주모자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사발통문은 조선 후기에 농민 항쟁의 ‘도구’로 많이 쓰였다. 관에 항의하기 위해 각 마을마다 이를 돌려 사람을 모았다. 동학농민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고부민란 때 동학군의 통문 제1호가 사발통문이었다. 문서가 관에 발각될 경우...
2023.12.25 14:131996년 겨울 어느 날,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작은 술집 ‘동숭동에서’가 문을 열었다. 주인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영길 당시 사법연수원생과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정우 변호사 등 200여 명. 80년대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80만 원에서 최고 300만 원까지 공동으로 출자한 가게였다. 주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도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공동의 목표, 어느 덧 ‘낀세대’가 된 30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경영을 전담했던 황도준의 설명이다. ...
2023.12.21 17:01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현대인들은 답답한 도시생활 속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이들은 선천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녹색갈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도시인들의 녹색갈증 해소 방안으로 ‘치유농업’이 뜨고 있다. 치유농업이란 농촌 경관과 환경, 농업 활동과 같은 농촌 자원을 활용해 도시민의 신체와 정서 등 건강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전국의 지자체마다 원예식물이나 텃밭 등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의...
2023.12.20 15:05일본말 ‘사쿠라’는 벚꽃을 의미한다. 다른 뜻으로는 위객(僞客·가짜손님)으로도 읽는다. 사쿠라는 일본 에도시대에 가부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대신 관객의 흥을 돋우는 바람잡이를 사쿠라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분홍색 말고기의 별칭인 ‘사쿠라니쿠’가 사쿠라의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고기가 부족했던 일본에서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파는 일이 흔했는데,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를 사카루니쿠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쿠라’가 우리 정치판에서는 전혀 다른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절자나 내통하는 사람을 부를...
2023.12.19 16:20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무안군민 사이 벌어졌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광주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김영록 지사의 로드맵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무안군민들간 1시간20분 간의 팽팽한 대치 상황이 단지 양 측의 입장차로 인한 결과일까. 지난 13일 무안 범대위(전투비행장무안이전반대범군민대책위)가 김영록 지사와 김산 군수가 참여할 예정이었던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에서 시위를 시작한 시각은 12시30분. 비슷한 시간 범대위는 김산 군수의 동선을 차단하기 위해 무안군청 1층을 점거해 반대 시위를 병행했다. ...
2023.12.18 15:49“공산당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지른 게 확실합니다.” 1933년 2월. 독일 의사당에 의문의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히틀러 총리는 “공산당이 불을 질렀다”며 괴벨스 등과 공산당사를 습격했다. 대통령 힌덴부르크를 찾아가 담판에 나섰다. “공산주의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질렀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겁에 질린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에게 시국을 수습하라며 대통령 전권을 넘겨줬다. 대통령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무력하게 권한을 이양하고 말았다. 이 때부터 히틀러는 의회를 통하지 않고도 나찌의 결정만으로도 법을 통과시키는 권한을...
2023.12.17 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