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박용진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전날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데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 정치·패거리 정치에 몸 맡기지 않았다”며 이어 ‘하위 10% 통보’라는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제가 받은 굴욕적인 일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경각심을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대표 선거 모두 출마해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
2024.02.21 16:21“미혼은 ‘아직 ~하지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未)자를 혼인할 ‘혼(婚)’자 앞에 붙여서 아직 결혼하지 못한 사람, 미래의 언젠가 결혼할 의향이 있지만 상황상 아직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상태 또는 삶의 형태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단어다. 싱글, 독립가구를 미완의 상태 및 불안정한 상태로 치부함과 동시에 이러한 라벨이 붙는 객체에게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중) ‘나 혼자 산다’. 비단 미혼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결혼을 거부한 비혼주의자를 비롯해 기러기 아빠, 주말부부, 시...
2024.02.20 13:44강진 백련사 동백축제가 이번 주말부터 열린다는 소식이 아침신문에 실렸다. 절집과 초당을 오가며 다산과 혜장스님이 거닐었던 만덕산 동백림에서다. 쇠잔해가는 삭신에, 마음에라도 봄물 들이려, 이태 전 이맘때 만덕산 오솔길에 몸을 부린 적이 있다. 백련사 일주문, 동백숲, 해월루, 다산초당에 이르는 길이었다. 그날 보았던 기억의 편린을 소환하니 동백꽃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들이 함께 떠오른다. 동백은 능소화나 무궁화처럼 통째로 진다. 유치환이 그의 시 ‘동백꽃’에서 노래했듯 ‘목 놓아 울던 청춘의 피꽃’으로 피었다가...
2024.02.19 17:28대한민국이 희망으로 가득 찼던 황금기, 1990년대 초 대전엑스포와 꿈돌이 세대라면 강제적이든, 자의적이든 한 번쯤 ‘과학그림대회’에 참가해 봤을 것이다. 미래의 우리가 살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 그려보라던 주제에 누군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바닷속 해저터널을, 누군가는 화성이나 달에서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그렸더랬다. 달나라에서 사과나무를 심고, 자전거를 타겠다고 한들, 그림을 그린 아이들을 보고 누구도 미쳤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 후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도시를 세우겠다’고 말하는 ...
2024.02.18 14:20“네 아기는 모든 인류와 온 세상이 기다려온 기적이야.” 지난 2006년 개봉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불임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그린 영화다. 서기 2027년. 지구는 더 이상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불임’의 세계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어린 소년의 나이는 18살. 그마저도 목숨을 잃으면서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태어날 수 없는 행성으로 전락했다. 생기 없는 세상에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편안한 죽음’. TV에 버젓이 등장하는 자살약 광고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과연 기적은 일어날 수...
2024.02.15 17:12‘산악인’ 김홍빈, ‘피아니스트’ 류웨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이들은 장애를 가졌지만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뤄낸 유명인들이다. 김홍빈은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를 딛고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던 ‘불굴의 산악인’이다. 1989년 에베레스트(8848m) 첫 원정 등반에 성공한 그는 1991년 북미 매킨리(6194m) 단독 경량 등반을 하다 손에 동상을 입어 열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006년 가셔브룸Ⅱ봉(8035m)부터 2021년 브로드피크(8047m) 등정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
2024.02.14 17:08일본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있다. 일본의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 해저터널’로 총 길이만 53.85㎞이다. ‘영불해협 터널’과 비교하면 해저구간은 짧지만 철도, 도로를 합산해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일본이 철도가 잘 발달된 이유는 기상악화 탓이다. 크게 4개 섬으로 이뤄진 일본 열도는 풍랑이 거센 특징 때문에 기상악화로 인해 페리 운항이 종종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저터널에 소요되는 엄청난 자금에서부터 긴 공사기간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
2024.02.13 13:43그릇(器)은 밥그릇, 물그릇 등 음식이나 물건을 담는 기구의 총칭이다. 여기서 밥그릇은 말 그대로 ‘밥을 담는 그릇’인데, ‘밥벌이를 위한 일자리’를 뜻하기도 한다. 흔히 돈이나 권력 따위를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혹은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을 ‘밥그릇 싸움’이라 부른다.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의사들의 총파업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놓고 의사협회가 집단 행동을 예고한 것인데, 대다수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필수 의료 부족 문제가 이전부터 지적돼 온 만...
2024.02.12 14:45설은 구정(舊正)이라고 부르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삼국유사 기록에는 신라 21대 비처왕 시절(서기 488년)부터 설을 쇠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날이면 설빔이라고 해서 새옷 한 벌을 얻어 입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떡국을 먹고, 어른들께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받았다. 여자들은 널뛰기를 하고, 남자들은 연을 하늘 높이 띄우며 한해의 액운을 날려 보내고 소원 성취를 빌었다.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하며 즐겼다. 지금은 시끌벅적하던 명절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설날은 언제나 마음이 설레는 날이 아닐 수 없다. 밤을 새...
2024.02.07 12:56핑크빛 원앙새 한 쌍.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부영그룹이다. 민간 임대주택의 선두주자인 부영그룹은 원앙새 로고에 순우리말인 ‘사랑으로’와 접목한 브랜드를 고수해왔다. ‘촌스럽다’는 외부 시각에도 부영이 순우리말 브랜드를 고수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주택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부영 창업주인 이중근 회장의 주거 철학이 담겨 있다. 지은 집에 사는 모든 고객이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중근 회장은 “‘원앙’ 마크, ‘사랑...
2024.02.06 16:04선거철마다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전략공천’이다. 전략공천의 사전적 의미는 ‘당선이 유력한 특정 후보를 경선 과정 없이 입당 절차만으로 공천하는 일’이다. 전략공천은 대부분 해당 지역구 현역의원이나 예비후보자를 배제하는 방식이어서 정치 신인의 등용문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물갈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좋게 말해 전략공천이지, 결국은 당 지도부의 내 사람 심기, 이른바 낙하산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과 아무런 연고나 연관이 없거나, 지역 민의와는 동떨어진...
2024.02.05 13:35반백년 전 쯤이다. 학교를 오가려면 면사무소 옆 가게를 지나야 했다. 용돈이 뭔지 모르던 때라 유리문 안에 진열된 과자는 그림의 떡이었다. 당시 최애식품이던 과자 ‘뽀빠이’는 언감생심이었다. 길에 떨어진 10원짜리 ‘눈먼 동전’을 줍는 일 외에는. 어느날 진짜 10원짜리 동전을 습득했다. 무작정 친구들과 가게로 내달렸다. 오도독 부서지며 입 안 가득 달콤함을 채워주던 그 맛. 어찌 잊을수 있으랴. 붉은꽃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다. 그 집 화단엔 아담한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동백이었다. 두껍고 짙은 녹색잎에 ...
2024.02.04 12:24"오는 2022년까지 100~200명을 태운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겠다. 2025년에는 화성에 식민지를 개발할 것이다.” 지난 2016년,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우주공학총회(IAC)에서 거대한 우주개발 계획을 내놨다. 탄소섬유로 우주선을 만들고, 우주선에 탑재된 태양광 패널을 동력원으로 화성까지 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황당한 구상이었지만 머스크는 자체 개발한 우주선을 대기권에 보낸 후 다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NASA도 그가 만든 우주선과 기업이 발사부터 귀환까지 가능한 기술...
2024.02.01 16:24정치에 무관심한 척 하면서도, 셋만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 국민이다. 제22대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맞는 올 설 명절 주된 화제 역시 선거가 될 듯하다. 명절 연휴는 도시와 농촌, 세대 간의 단절을 잠시나마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은 바닥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른바 ‘민심의 용광로’가 들끓는 시기다. 총선 필승 전략을 짜기 위해 고심하는 여야 지도부가 ‘명절 밥상머리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민심을 청취하는 것은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의...
2024.01.31 14:521995년 열린 칸 영화제에 선 한 여성이 있다. 한 시대를 매혹시킨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다. 그녀는 칸 영화제 오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왕세자비는 모든 시선을 끌었다. 특히 그녀가 들었던 사각모양의 핸드백 역시, 영원한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당시 프랑스의 영부인인 마담 시라크(Madame Chirac)가 다이애나 비에게 준 방문기념 선물로 크리스챤 디올에 의뢰해 만든 가방이다. 크리스챤 디올이 그해 출시한 이 핸드백의 제품명은 ‘슈슈(chouchou)’였다. 연인이나 친구처럼 아끼는...
2024.01.30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