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한 총선 입지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7일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하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중진의원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험난한 땅을 의미하는 ‘험지’(險地)는 정치에선 상대 당 또는 후보의 지지세가 강해 당선이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인 위원장은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 자체가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 수도...
2023.11.02 12:45“나가 정(情) 빼면 뭐시 남겄소.” 연세대 의대 인요한 교수는 전라도 사투리를 전라도 사람보다 더 잘 구사하는 자칭 ‘징글징글한’ 전라도 사람이다. 전라도 기질도 타고 났다. 지금도 자신을 소개할 때면 ‘전라도 순천 촌놈 인요한’이라고 한다. 순천과 순천 친구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던 인요한. 그는 ‘자신을 키운 80%는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정과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이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말하는 전라도도 ‘없이 살면서도 한없이 낙천적인 사람들, 내 것 네 것 없이 나누어 쓸 줄 아는 인심,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마...
2023.11.01 17:29전남일보 사회부가 지역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반년에 걸쳐 준비하고 취재한 시리즈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가 11번째 기사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기사를 기획했을 때가 생생하다. 아직 여름도 오지 않을 때였다. e스포츠를 담당하던 기자가 ‘광주에서 롤드컵을!’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사회면의 톱 하나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당 기자가 광주 장애인e스포츠팀인 ‘무등’의 대회를 다녀왔다. 그는 스포츠 현장에서 항상 뒷전이었던 장애인들이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부딪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
2023.10.31 16:06우리나라에는 진(鎭)이나 원(院)으로 끝나는 지명이 여러 곳 있다. 주로 군사요충지에 설치된 진은 해안경계부대가 있던 곳으로 노량진, 주문진, 초지진 등이 이에 속한다. 조치원, 사리원, 이태원 등 원은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 등 공무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던 공공 여관으로 흔히 역(驛)과 함께 사용됐다. 대개 역원(驛院)을 두면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의 이름도 원의 이름을 따라 부르는 일이 관례처럼 되어 왔던 것이다. 한양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원(院)이었던 이태원은 이 땅, 이 민족의 슬...
2023.10.30 18:19한동안 개성있고 화려한 스타일의 Y2K가 패션계를 장악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올드머니 룩’으로 트렌드가 바뀌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유산이나 상속받은 자산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상류층을 뜻하는 올드머니. 올드머니 룩은 이들이 입을법한, 말 그대로 ‘고상한’ 패션이다. 화려한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재 등 좋은 질과 옷의 완성도가 높은 것에 의미를 둔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이나 코인, IT 기술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부를 이룬 신흥 재벌에 대한 불만과 극심해진 인플레이션...
2023.10.29 17:25스위스의 화학자인 폴 헤르만 뮐러(Paul Hermann Muller)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뮐러가 만든 유기염소계 살충제인 DDT(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라이클로로에테인)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생명을 구해준 공로가 인정됐다. 군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말라리아와 발진열(발진티푸스)을 전파하는 빈대와 벼룩의 퇴치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해서다. 빈대(bed bug)는 이(louse)·벼룩(flea)과 함께 인류에 가장 골칫거리였다. 빈대는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에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23.10.26 17:46스포츠에서 약팀과 강팀이 붙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다. ‘언더독’은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언더독의 반란’은 우리에게 재미난 감동을 준다. 약자(언더독)가 강자(톱독·Topdog)를 꺾고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을 때 느끼는 희열때문이다. 지난 2000년 프랑스 축구연맹이 주최한 FA컵 대회에서 인구 8만명인 작은 항구도시 칼레(Calais)가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4부 리그 아마추어 축구팀 ‘칼레 RUFC’가 상위리그 강호들을 연거푸 ...
2023.10.25 16:40의사이자 수도자인 성 리카르두스 팜푸리(Richardus Pampuri, 또는 리카르도)는 1897년 이탈리아의 파비아(Pavia) 근처 트리볼지오(Trivolzio)에서 태어났다. 1921년 파비아 대학 약학과와 외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의사인 삼촌 밑에서 3년간 의료 실습을 마치고 밀라노의 한 병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전장에서 야전 의사로 일했고, 제대 후에는 의사가 되어 무료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다. 이후엔 수도자로서 삶도 살았는데, 그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눔의 모범’이 됐다. 그는...
2023.10.24 16:20어릴 적, 어머니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를 자주 다녔다. 백열전구는 항상 KS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오라고 하셨다. KS마크가 있는 제품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물건을 고를 때 KS마크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중·장년층 사이에선 매우 익숙한 상품 선택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KS는 지난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도입됐다. 정부가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산품을 대상으로 만들었다.1963년 첫 인증제품이 백열전구였다. 지금은 농수축산물 가공상품과 서비스까지 확대됐다. KS의 ‘K’는 대한민국이다. 그 알...
2023.10.23 12:44기아가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이어가게 됐다는 소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0%가 넘는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16차례나 본교섭을 벌인 결과다.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들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과는 달리 기아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강경 행보를 이어오다 지난 17일 잠정 합의안에 사인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고용세습’ 조항을 개선하기로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단협에는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
2023.10.22 15:03완도, 고흥 등 도서지역의 열악한 의료여건을 설명하면서 권순석 화순 전남대병원 교수는 착잡해했다. 전남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의사는 전남의 의료 현실을 보고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같다”는 자조섞인 말도 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오랫동안 이를 못본 척 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시스템이 가장 먼저 붕괴되는 곳이 전남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과 응급실 뺑뺑이에서 더 나아가 전남에 있는 응급실이 상당수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다. 응급의료 붕괴의 전조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2023.10.19 17:09“인류는 정복의 문명이 아닌 자연과 우주를 포함한 평화공존·상생하는 코스모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수님, 지구위기 등 미래비전을 해결하는 데 함께 합시다” “네. DJ선생님,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1993년 초 동양에서 온 노 정객과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나눈 대화다. 그 교수는 ‘제3의 길’을 주창한 앤서니 기든스, 노정객은 그 직전 1992년 12월18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서 연구활동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영국 사회학자로 자본주의와 사회주...
2023.10.18 10:17‘국정감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상황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잘못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다. 국정감사는 1948년 제헌헌법을 통해 도입됐으나 1972년 박정희 독재정권의 유신헌법에 의해 사라졌다. 이후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표출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폐지된 지 15년 만에 국정감사가 헌법에 다시 명문화됐다. 지난 10일 시작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열린 국감에서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놓고 한 치...
2023.10.17 16:05‘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갈아치워야 한다’ 1585년 홍문관 수찬을 지낸 정여립이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대동계를 조직했다. 이 세상에 반상의 구별이나 남녀의 귀천이 없어야 하고 빈부의 격차 있는 사회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동계의 목표였다. 사농공상의 서열도 없애야 하고 양반과 천민이 서로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정여립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1589년 10월 황해도관찰사 한준 등이 정여립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며 임금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3년간 동인 선비 1000여 명이 사형이나 유...
2023.10.16 17:50날씨가 쌀쌀해졌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술 한잔 생각에 삼삼오오 술집에 들린다. 음주가무의 나라니만큼 한잔 뒤에는 노래가 한곡조 떠오르기 마련이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 기억도 안나던 노래가 요즘 들어 뜬금없이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제목하야 ‘희망가’다. 찬란한 이름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역사는 거의 민요급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가로질러온다. 젊은층에서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겠지만 우리 연배에서는 안치환이나 장사익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곡...
2023.10.15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