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일 기자 changil.jin@jnilbo.com changil.jin@jnilbo.com
어느날 아침 일찍 젊은 고객 한 분이 찾아 왔다. 그런데 첫 인상이 얼굴은 약간 검은빛이 있고 모자를 꾹 눌러 쓴 것이 조금은 어색한 것도 같다. 첫 마디에 "선생님, 저의 고민을 하나 해결해 주십시오"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른 생일 생시를 물어 보았다. 금년 40세에 4월12일생, 시는 오전 4시라 일러준다. 사주로 만들어 보니, 기미(己未)년, 기사(己巳)월, 갑술(甲戌)일, 병인(丙寅)시가 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사주에 금(金)과 수(水)가 하나도 없으니, 이 사람이 본시 태어날 때부터 무엇이 부족하고 또 그것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어떠한 증상으로 표출할 것이란 예감이 바로 떠오른다. 어쩐지 한 눈에 보아도 사주가 너무나 건조(乾燥)해서 금방이라도 무슨 문제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대뜸 이렇게 말문을 열어 보았다. "젊은이는 지금 허리가 몹시 아프고, 소변을 자주 보고, 피부가 건조해서 피부병으로도 고민을 하겠는데"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 보았다. 그러나 약간은 조금 빗나가고 말았으니, "예, 선생님 말씀도 맞습니다만, 고민이 하나 더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머리카락이 자주 자꾸 빠져 탈모가 온다는 것이다. 순간 필자는 의학(醫學)입문(入門)의 '수발탈락 비인노(鬚髮脫落 非因老)요, 내풍혈조 역기재 (內風血燥 亦奇哉)'란 구절이 떠오른다. 다시 말하면, 수발탈락 비인노라고 하는 말은, 머리털이 빠지는 것이 꼭 늙어서만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요, 내풍혈조 역기재라는 말은, 피부가 너무나 건조해져서 머리가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니, 이 사람의 사주 상 체질에 흔히 올 수 있는 증상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로서 우리 몸에 수(水)는 오장(五臟)으로 신장(腎臟)에 해당하므로 수(水)가 약하다는 것은 곧 신장이 약하다는 뜻이 되고 그 때문에 허리가 아프고, 소변을 자주 보고, 피부마저 건조해질 것 인 즉, 우리 몸에 수기의 부족으로 인하여 머리가 빠질 수 있다는 개연성(蓋然性)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탈모증을 사물에 비유한다면, 한 여름 가뭄에 땅이 너무나 건조해지면 들에 있는 풀들이 자연 말라 죽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분은 원래 신체적인 조건에서 우선 몸에 수기를 채워주는 것이 제일의 급선무요, 그렇게 하려면 물의 장기 신장(腎臟)을 보해 주어야 함은 두말 할 것이 못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로 신장 수기(水氣)를 보해주는 약재로 다음과 같은 약재를 권해 보았으니, 그 대강은 다음과 같다. 숙지황, 산수유, 당귀, 천궁, 작약 등, 여기에서 우선 숙지황의 약성을 한번 알아보자. 숙지황(熟地黃)은 생지황(生地黃)을 말려서 건지황(乾地黃)을 만들고 이것을 청주에 담구었다가 시루에 쩌 내고 쩌 내고 하기를 아홉 번을 해서 만든 것이 정품 구증 숙지황이라고 하며, 혈액을 보충하고 정액을 생성하며, 골수(骨髓)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신장의 음혈이 부족할 때,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플 때, 허열(虛熱). 허한(虛汗). 유정(遺精)이 있을 때, 갈증(渴症)이 있거나 가슴이 뛰고 진정이 되지 않을 때, 월경 불순, 어지럽고 귀가 울 때 등에 효과가 있다. 우리 몸에 보음(補陰)작용 다시 말하면, 수기(水氣)를 보하는 데에 그 효과가 탁월한 보음(補陰)약의 대표 약제라 할 수 있다. 진창일 기자 changil.jin@jnilbo.com changil.jin@j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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