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8월18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붉은 완장을 찬 청년 100만 명이 모였다.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이른바 홍위병들이었다. 당시 권력투쟁에서 밀리던 마오쩌둥은 '대란을 통해 천하를 다스리겠다'며 급진적인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주축으로 홍위병을 만들었다. 스스로 홍위병으로 활동까지 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곳곳에 숨어 있는 적들을 찾아내 처단하는 것'. 당연히 '숨어있는 적'은 마오쩌둥에 반대하는 생각과 세력이었다.
만행도 상상을 초월했다. 낡은 사상, 문화, 풍속, 습관 등 이른바 '사구'를 타파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존재하는 기득권을 모조리 파괴했다. 살인까지 일상화되면서 대륙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대학교수와 예술가, 학자 등 지식인들이 길거리에서 공개 처형 당하고 수많은 문화유산도 파괴됐다. "붉은혁명위원회가 베이징대 병원 외과의사를 붙잡아 산채로 배를 가르고 거기에 간장과 고춧가루 물을 부었다." 12살의 나이로 홍위병에 뛰어들었던 중국인 작가 션판의 자전적 기록이다. 홍위병이야말로 마오의 권력욕과 맹목적인 광기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부끄러운 역사인 셈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민주노총 등 일부 세력을 '홍위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층을 '문위병'으로 비유해 파문을 낳고 있다. 이에 앞서 대선을 앞둔 지난 5월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5년 동안 홍위병이 날뛰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아무리 비유라지만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유권자인 국민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정치인들의 발상이 놀랍다. 우리 사회의 원칙을 모조리 훼손시켰던 장본인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색깔론'에 빗대어 비난하는 저급함도 우습다.
'문빠'로 지칭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유별나다. 그렇다고 온갖 편가르기와 비이성적 행동으로 나라를 뒤흔들었던 정치인들이 되레 이들을 광기의 상징인 홍위병으로 매도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몰상식에 분노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홍위병식 사고로 폄훼하는 것도 주객이 전도된 태도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농단하고 온갖 적폐를 만들어온 집단의 한계일까. 아니면 자신들의 삿된 주장이 지금도 국민들에게 먹혀들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바뀌는데, 정작 변화를 주도해야 할 정치인들의 사고가 오히려 홍위병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용환 논설위원 hwan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