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고 '나도 공연기획가' 동아리 학생들이 버스킹 공연 기획 논의를 하고 있다. |
광주 광산구 어룡동과 소촌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행랑체'(행복, 사랑, 나눔 교육복지협의체의 줄임말)의 소망이다. 도심 외곽지역인 어룡동과 소촌동은 한때 각종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범지역이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주민들이 함께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정이 넘치고 안전한 마을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하남산단과 소촌공단 인근에 위치한 어룡동과 소촌동은 외국인과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 거주율이 높고 개발이 더딘 탓에 청소년들의 탈선 온상인 공ㆍ폐가가 많았다. 주민들은 불안하고 적막한 마을을 정이 넘치고 안전한 마을로 변모시키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방안으로 마을과 학교를 연계하는 교육ㆍ문화프로그램인 '온 마을이 배움터'를 추진하기로 했다. 용아생가, 송호영당, 소촌아트팩토리, 광산구생활문화센터, 솔머리안전마을만들기, 광주소방학교, 어등산, 마을텃밭, 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을 자원을 아이들의 배움터로 만들어 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건강한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랑체는 지난 4월부터 어룡초ㆍ송정중앙초와 4학년 교과과정을 연계해 '놀이로 하나되는 마을배움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달 4학년 체육시간에 전래놀이 마을강사가 각 반 교실에 들어가 2시간 가량 아이들에게 옛 선조들의 놀이를 가르치며 소통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좋았다. 컴퓨터 또는 휴대폰 게임 등 혼자 놀이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직접 놀이 도구를 만들고 죽방울놀이, 비석치기, 칠교놀이 등을 하면서 협동심을 배웠다.
어룡초 4학년 장혜원양은 "싫어하는 친구들과도 한 팀이 돼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친구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어요. 전래놀이를 통해 화합과 협동심을 배우게 되니 왕따 없는 교실이 됐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광고 학생들과는 '마을과 함께 꿈꾸는 미래 7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마을자원을 활용한 진로 체험을 통해 마을을 알게 하고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3월초 정광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해 △마을디자인프로젝트 '마을과 동행'ㆍ'용아 따라잡기' △리폼 프로젝트 '소품과 리폼' △녹색환경 프로젝트 '태양광 전지 활용 가로등 켜기' △홍보 프로젝트 '마을 리포타와 기자단' △버스킹 공연기획 프로젝트 '나도 공연기획가' △공익광고 제작 프로젝트 △라디오 낭독봉사단 '함께 읽어요' 등 7개 동아리별로 참가 학생을 선정했다.
이들 동아리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운영되지만 용아문학회, 벽화, 구청 공공데이터 등 마을 내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마을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미래직업 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마을과 동행 동아리는 지난 9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소촌아트팩토리 벽화작업을 진행, 삭막한 공단을 활기 넘치게 했다. 또 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든 안전지도를 통해 안전한 마을환경을 조성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안전한 방과후 귀갓길 지표로 삼게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녹색환경 동아리는 태양광 가로등을 직접 만들어 마을의 어두운 골목길에 설치할 예정이다. 공익광고 동아리는 악플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영상이 담긴 20~30초 분량의 공익광고를 제작, SNS상에 올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행랑체는 또 어룡동 주민과 학생 50여명이 참여하는 마을봉사단을 구성해 '나눔과 안전으로 하나되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을봉사단은 학생들이 스스로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어룡동내 25개 경로당과 자매결연을 맺어 청소, 이불세탁, 시설수리, 놀아드리기 등 재능기부를 통해 노인을 돌보는가 하면 어르신 건강기원 복달임 행사 등 각종 마을 행사때 참여해 배식봉사와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