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寒食)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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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한식(寒食)을 아시나요?
  • 입력 : 2015. 04.06(월) 00:00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한식(寒食)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발렌타인데이, 할로윈데이 등과 같은 외국의 기념일은 잊지 않고 챙기는 반면, 우리 명절인 한식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의 하나이며,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올해 한식은 4월 6일이다. 한식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춘추시대의 인물인 개자추(介子推) 설화이다. 개자추는 망명해 있던 진(晉)나라의 공자 중이(重耳)를 위해 헌신했고, 중이는 마침내 진 문공(晉文公)으로 즉위했지만, 개자추에게는 아무런 벼슬을 내리지 않았다. 분개한 개자추는 면산(聃山)으로 은둔했고, 뒤늦게 이를 깨달은 진 문공이 개자추를 등용하려 했지만, 그는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했다. 진 문공은 개자추를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으나, 끝내 나오지 않고 타죽고 말았다. 그래서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만을 먹는 한식이 시작되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고대의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고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를 끄고 새 불을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 개화 의례를 주기적으로 행했는데, 한식이 바로 구화(舊火)의 소멸과 신화(新火) 점화까지의 과도기라는 설이다.

한식에는 불의 사용을 금했기 때문에 전날에 만들어 둔 찬 음식을 그대로 먹는 풍습이 이어져 내려오는데 대표적인 음식으로 쑥떡, 쑥탕, 메밀국수 등이 있다.

또한 한식에는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이라고 해서 산소에 개사초(改莎草: 잔디를 새로 입힘)를 하거나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거나 이장을 했다.

한식은 농사를 준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소를 부려보기도 한다. 또 한식의 날씨를 살펴서 그 해 시절의 좋고 나쁨이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한식에 날씨가 좋고 바람이 잔잔하면 시절이 좋거나 풍년이 든다고 하며, 어촌에서는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폭풍이 불고 큰비가 내리면 그 반대라고 한다.

이처럼, 한식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중요한 명절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한식에는 발렌타인데이만 기억하는 자녀들을 데리고 성묘하러 가서 개사초 작업도 하고 하루쯤 차가운 밥을 먹어보면서 한식의 의미를 알려주는 건 어떨까 싶다.


안상준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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