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세계 문화도시에서 배운다 (3)영국 버밍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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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세계 문화도시에서 배운다 (3)영국 버밍햄
철강더미 속에서 창조의 문화꽃 피우다
  • 입력 : 2008. 10.28(화) 19:35
버밍햄 시청 내 박물관 모습.

버밍햄 신도시 불링지역을 걷다보니 둥근 알루미늄 외관의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800년 전통의 재래시장 '불링'을 리모델링한 이 복합건물은 도시 재개발을 통한 버밍햄 도시경제 부활의 상징이다. 이 건물에는 셀프리지 백화점, 주거,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있다. 이 첨단 대형 건물의 인근에는 산뜻하게 단장한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재래시장과 백화점의 조화로운 공존인 셈이다.

1만5000개의 둥근 알루미늄판으로 외관을 장식해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불링의 셀프리지 백화점은 개관 첫 해에만 3000만 명이 찾았을 정도로 영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됐다. 통역을 해준 임근재 목사는 "이 쇼핑센터는 에딘버러 성과 타워 브리지를 제치고 '런던 아이'와 '빅 벤'에 이어 영국의 랜드마크 3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명소"라고 설명했다.

버밍햄의 도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제임스 와트를 배출한 곳 답게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집중적으로 개발된 도시다. 도심 거리에 오래된 건물이 거의 없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버밍햄시는 이러한 도시적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잘보여주는 것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본떠 만든 버밍햄 시청 옆 공연장이다. 2000석 규모의 이 공연장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버밍햄의 대표적인 콘서트홀이다.

산업혁명의 도시인 버밍햄이 문화로 밥을 먹게된데는 80년대 자동차산업의 쇠퇴와 맥을 같이한다. 이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로버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 공장의 폐쇄와 철수는 도시를 거의 마비시켰다. 공장이 철수된 빈 공장터는 슬럼가로 전락하고, 영국인들로 부터 기피지역으로 됐다. 결국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뽑아든 카드가 문화산업이었다. 버밍햄이 문화도시로서 추구한 발전 전략은 '창조적이고 특별하고 차별화'된 도시만들기다.

이 문화산업의 아이디어는 리차드 노스 시장의 주도로 입안이 됐다. 발전 방안은 대형 공연장, 체육관, 박물관 등 문화 체육시설을 대형으로 신축해 경제 활력의 수단으로 삼자는 것이 골자다. 당시로선 문화시설 투자를 통한 경제발전안은 획기적이었다.

버밍햄시의 이런 문화정책의 인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곳에서 산업혁명이 태동해 물건을 만들어 전세계에 팔았던 것처럼, 문화분야 투자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믿음에서다.
<그림1중앙>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선택과 집중 방식이 도입됐다.
파울 딕슨 버밍햄시의 문화정책 담당은 "80년대 시를 지탱해주고 있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변해버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로선 살아남기 위해 모두를 다가질 수 없어 강한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버밍햄시는 이런 원칙에 따라 미술보다 음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버밍햄에 브라사우스라는 세계적 금관악기연주장이 있고, 버밍햄 오케스트라, '올림픽 송'을 작곡한 월가 등은 버밍햄의 주요한 음악자원이다. 버밍햄은 이같은 지역 문화자원인 음악을 특화시키기 위해 대형 콘서트홀을 비롯해 여러 공연장을 건립했다. 또 런던에 상주했던 국립발레단과 몇 몇 예술단체를 버밍햄으로 유치했으며, 사이먼 랜틀을 버밍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임명해 중요한 자산으로 삼았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인 사이먼랜틀은 당시 버밍햄 오케스트라를 세계 제1의 심포니로 만드는 공로를 세웠다.
<그림2중앙>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버밍햄시는 시청을 개조, 2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조성하고 있다. 게다가 도심의 관공서를 비롯해 낡은 건물 등을 모두 리모델링이나 철거 대상으로 분류, 새롭게 도시 모습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버밍햄시는 무턱대고 현대식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관심을 두는 것이 고전적 차용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경제도시를 지향하는 버밍햄시는 2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구도심에 고급호텔과 아파트, 오케스트라 홀, 체육관 등을 집중시켜 도시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같은 도시발전 전략은 버밍햄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버밍햄의 인구는 총 450만명이며 시내에만 100만명이다. 매년 2000만명이 국제회의나 버밍햄 오케스트라단의 연주 관람을 위해 전세계에서 방문할 정도로 도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버밍햄시는 긴호흡으로 이 정책을 추진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평균 5년정도 장기간 소요돼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3중앙>
문화시설 투자는 총예산의 1억2000만 파운드(한화 약 2544억원). 이 가운데 타운 홀 건립에 7000만 파운드(한화 약 1484억원), 도서관 건립에 20억 파운드(한화 약 424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재원은 상황에 따라 외부 펀딩을 통해 조달된다.

이와함께 다민족으로 구성된 버밍햄은 앞으로 50년후를 준비하는 다문화 커뮤니티조화를 위한 플랜을 세우고 있다. 버밍햄의 인구 구성은 아시아 아프리카 계열이 70%며,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출신이 많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400년된 아스톤홀을 박물관으로 바꿔 다민족 출신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바뀐점이다. 이렇게 조성한 문화시설에는 인도, 중국 등 동남아지역의 유명 가수 등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버밍햄에서 주요한 것은 시민들을 문화정책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점이다. 시민들에게 문화를 설명하기 보다 콘서트를 통해 도시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갖춘 문화인프라를 지역주민들에게 늘 개방해 살아있는 창조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목적이 있다.
글ㆍ사진=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


<그림4왼쪽>"일관되고 지속적인 리더역할 중요" - 파울 딕슨 버밍햄시 문화정책 담당

문화시설 투자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집중이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는데 핵심이다. 중앙정부는 자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중복되거나 투자효과가 반감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게 요구된다.

버밍햄은 250년 전 산업혁명을 시작하면서 공업화를 선도했다. 앞으로 우리의 목표는 제임스 와트가 아닌 문화를 통해 도시가 밥벌어 먹는 것이다. 필요한 사업은 예산을 초과하면서 진행하지만 철저하게 공청회 등을 열어 시민 의견을 듣고, 이해를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문화산업에 있어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문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와 문명은 다르다. 예를 들면 문화가 주택 200만호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신도시 조성사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관 몇개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컬렉션이 중요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화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많은 부문에서 발전을 원하는 지역민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어서다. 그래서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지속성을 갖는 그런 힘이 관건이다. 또한 정책입안에 시민사회의 역할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원금, 자원봉사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사전에 공청회 등을 열어 시민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잘 알지 못하나,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 모델은 참 좋은 것같다. 하지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시아에도 문화적으로 뛰어난 곳이 많이 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 유럽의 문화도시에 비해서도 어깨를 겨룰 정도로 잘 조성된 곳으로 평가한다.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 조성사업이 이러한 아시아의 주변 상황을 잘 고려해 무엇을 담아낼 지 진지한 고민이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이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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