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의 한 백반집에서 1인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8일 찾은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 후문 인근의 한 백반집은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였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손님들 사이로는 휴대전화를 보거나 묵묵히 식사에 집중하는 1인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동구가 지정한 ‘혼밥식당’ 중 하나다. 자취생이 많은 대학가에 위치하고, 7000~8000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산더미처럼 쌓인 밥과 푸짐한 반찬을 제공해 ‘혼밥족(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동구는 쾌적한 식사 환경과 건강한 식재료로 구성된 1인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들을 혼밥식당으로 지정하고, 인증 스티커 부착과 소모품 지원,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있다.
어느덧 40여년간 대학가에서 장사해 온 최춘금(63)씨는 이날도 손님들을 위해 정성 들여 음식을 조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최씨는 동구의 혼밥식당 제도가 시행되던 지난 2022년부터 참여해 온 1기 운영자다.
그는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다 4년 전 백반집을 인수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끊겨 너무 힘들었다. 혼밥식당을 통해 단골 손님을 끌어올 수 있었다”며 “1인 손님이 늘면 매출에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만족하고 다시 찾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백반집뿐 아니라 광주·전남 지역 식당가 곳곳에서 1인 메뉴를 취급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고령화와 미혼·비혼 인구 증가 등으로 지역 내 1인 가구의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인 가구 수는 800만3000가구로 전년보다 61만6000가구(8.34%) 증가했다.
광주·전남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 지역 내 1인 가구 수는 사상 처음으로 50만가구를 넘어섰다. 광주의 1인 가구 수는 23만5000가구로 전년(21만8000가구)보다 1만7000가구(7.8%) 늘었으며, 전남도 같은 기간 27만9000가구에서 29만7000가구로 1만8000가구(6.5%) 증가했다.
![]() 8일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의 한 식당에 1인 메뉴를 홍보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윤준명 기자 |
대학생 김모(24)씨는 “방학에도 본가에 가지 못해 혼자 식사할 일이 많은데, 1인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늘면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예전에는 조금 민망하기도 했는데, 원하는 메뉴를 골라 여유있게 즐길 수 있어 오히려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는 외식·유통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인 메뉴와 함께 배달 수요도 늘면서 관련 업계는 혼밥족을 겨냥한 마케팅과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최근 최소 주문 금액 제한 없이 1인분 주문이 가능한 ‘한그릇’ 카테고리를 신설했으며, 지난 2분기 외식업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모두의 한그릇’을 선정했다.
이들의 자체 조사 결과 혼밥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소비자 비율은 2014년 56%에서 2025년 83%로 늘며, 11년사이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동구의 사례처럼 지자체 차원의 자영업자 지원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지난 2023년부터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해남 혼밥당당’ 지정 식당을 확대해 현재 35곳을 운영 중이며, 해충방제 서비스와 위생물품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1인 가구의 가파른 증가세와 함께 사회 전반의 개인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혼밥 문화의 정착과 관련 업계의 지형 변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백경호 전남대 경제금융연구소 전임연구원은 “1인 가구 증가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생활양식과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까지 바꾸고 있다. 이는 유통 전반의 비용·소비 구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혼밥을 비롯한 개인화된 소비 패턴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