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보고 싶은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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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보고 싶은 금강산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5. 05.29(목) 17:22
이용환 논설실장
“어화 조물주의 솜씨 야단스럽고 야단스럽다/저 수많은 봉우리들 나는 듯 뛰는 듯 하고/우뚝 서 있으면서 솟은 듯도 하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1580년 송강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은 웅장하고 화려한 문체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가사 문학이다. 임진왜란 시기, 수많은 당쟁에 휩싸였던 송강. 그 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실로 오랫만에 당쟁에서 벗어난 그는 내금강에서 비로봉을 거쳐 해금강과 동해의 해돋이를 둘러본 뒤 금강산의 아름다운 절경들을 생동감 넘치는 시로 그려냈다. 기괴한 산수와 미려한 풍경, 장엄한 대자연을 노래한 시어들도 금강산의 절경을 눈앞에 보는 듯 생생하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금강산 감흥도 경탄이다. 어릴 적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전국을 유람했던 삿갓은 금강산에서 한 스님과 만나 금강산의 절경을 재치있게 그렸다.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인선(人仙)과 신불(神佛) 함께 엉켰구려/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구려.” 참된 진리가 말과 글을 뛰어넘듯, ‘감히 시를 지을 수 없다’는 겸손한 고백이야말로 금강산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소나무 소나무, 잣나무 잣나무, 바위 바위 사이를 돌아드니/산과 산, 물과 물 가는 곳마다 기이하구나.”라는 금강송은 단 8 글자 만으로 빼어난 절경을 완벽하게 묘사한 삿갓 시의 정수다.

한민족에게 금강산은 문화적 상징이면서 역사와 정신이 깃든 신성한 공간이다. 불교와 도교, 풍수지리, 민간신앙 등이 어울린 영적 존재이기도 하다.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을 중심으로 구룡연 계곡에서 만물상까지 이어지는 1만2000개의 기암괴석과 맑은 계곡, 울창한 숲, 변화무쌍한 사계절은 금강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절대적 비경이다. 민족의 동질성과 분단의 아픔을 보여주는 상징이면서 통일과 화해의 염원을 담은 희망의 산이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금강산 그늘이 관동 팔십 리’ 등 금강산을 빗댄 속담도 많다.

북한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금강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최근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북한은 지난 2021년 금강산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신청했고, 유네스코는 ‘해금강의 만물상과 총석정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문화경관으로 등재할 것’을 제언했다고 한다. 금강산은 단순한 관광명소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분단의 비극이 담긴 아픈 유산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산, 분단의 철책에 가로막힌 금강산에 통일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한민족의 화해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라는 동요처럼 보고 싶은 금강산의 절경이 오늘 따라 더욱 선명하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