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이재명인데 뭐하러 찍어?’…민주당, 호남 민심 붙잡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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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어차피 이재명인데 뭐하러 찍어?’…민주당, 호남 민심 붙잡기 비상”
“이긴 선거” 투표참여 저조 조짐
민주 "호남 압도적 투표율 절실"
"방심 금물" 낙승·압승 표현 자제
양부남 선대위원장 "90% 이상 달성"
국힘 "득표율 30% 목표" 막판 총력
  • 입력 : 2025. 05.26(월) 17:26
  • 글·사진=오지현·정성현 기자
선거 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지방의원이 자신의 경청노트를 꺼내보이고 있다.
“이미 이긴 선거, 굳이 투표장까지 가야 할까요.”

전라남도 영광에서 굴비업을 하는 이모(35)씨는 이번 6·3 조기 대선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는 “호남은 어차피 결과가 뻔한데 그 시간에 굴비 포장 한 박스 더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이씨만의 의견이 아니다. 호남 전역에 퍼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로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가 식어가고 있다. 높은 지지율 뒤에 가려진 긴장감이 민주당을 압박하는 이유다.

최근 전남일보 등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대신협)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지역 이 후보의 지지율은 78%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4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이며,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했다. 인터뷰는 전화조사원(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8%다.

다만 이 열기가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민주당 경선과 재보선 등에서 호남 투표율이 50% 초반대에 머무르며 낮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광주시·전남도 선거대책위원회는 지역 득표율 목표를 ‘90% 이상’, 투표율 목표는 지난 20대 대선보다 5%포인트 높은 85~86%로 설정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 투표율과 득표율이 호남의 정치적 위상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고,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 영광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지지율이 높다고 투표율까지 높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며 “호남에서의 압도적 지지가 없으면 집권 후 국정 운영 동력도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규모 유세 대신 지역 골목을 돌며 민원을 청취하는 ‘경청 선거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의원과 선거운동원들이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경청노트’에 주민 의견을 기록, 이를 지역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는 유권자에게 지역 정치인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대선 유세 참여 등 조직 전체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추진됐다.

중앙에서는 ‘골목골목 선대위’를 가동, 지난 선거에서 득표율이 낮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민심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최근 광주·전남권역 위원장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함평에서 트랙터를 몰며 지역 농민과 밀착형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투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논두렁, 밭두렁 가리지 않고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며 “유권자와 눈을 맞추는 ‘진정성’으로 꼭 투표율 85%, 득표율 90%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라는 경고등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낙승’이나 ‘압승’ 같은 표현 사용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지난 17일 나주를 찾은 이재명 후보도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잘못하면 언제든 낙선시키는 것이 호남의 위대함”이라며 “담양군수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망가진 것 같으니 혼내야겠다며 내쫓지 않았냐. 그래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에게 호남권에 ‘텃밭’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죽비(竹費)’라고 하라고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호중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 또한 최근 선대위 회의에서 “오만과 방심을 국민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며 “섣부른 낙관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자”고 당부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24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47.3%, 김 후보는 39.6%를 기록했다. 특히 김 후보와 이준석(9.6%) 개혁신당 후보 간 ‘보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해당 여론조사는 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0%,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국민의힘도 호남 지역에서 맞불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정현 호남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4일 순천 집중유세에서 “다음 주 초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45%를 넘고, 주말은 대역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호남에서 김 후보에게 30%만 마음을 열면 민주당 독점 정치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25일에는 논평을 통해 “김문수의 후보의 공약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시대착오적인 보수정치와의 제도적·정치적 절연을 의미하는 강력한 정치 메시지”라며 “보수 정치의 리셋 버튼을 누르겠다는 김 후보의 혁신 선언을 전폭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바짝 쫓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찜찜한 승리’가 아닌 ‘확실한 민심 결집’을 목표로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면서 과연 호남 유권자들이 다시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양부남 민주당 광주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도록 밀도 높은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투표율 90% 이상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국민의힘 호남총괄선대위원장이 24일 순천 집중유세에서 마이크를 잡고 국민의힘에 30%의 득표율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글·사진=오지현·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