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푼 외벽.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송죽동 다세대주택 앞 골목에서 만난 주민 정모(75) 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필수 약만 들고 나왔다. 냉장고 반찬도 다 상할 텐데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날 오후 7시께, 이 다세대주택 8가구 10명의 주민은 외벽 중간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고, 벽돌 사이로 1.5m 가량의 균열이 발생한 것을 보고 서둘러 대피했다. 이들은 시청 안내로 임시 거처로 이동했지만, 일부는 불안감에 차 안에서 밤을 지새웠다.
문제가 된 건물은 1990년 준공된 지상 4층, 반지하 포함 다세대주택으로, 외벽이 부풀며 도시가스관까지 휘는 등 심각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인근 20년 된 이웃 건물 주민 김모(83) 씨도 “처음 보는 상황이라 무서웠다”며 놀란 마음을 전했다.
수원시는 두 동의 다세대주택에서 모두 12가구, 17명을 긴급 대피시켰으며, 이 가운데 6가구 9명은 유스호스텔로, 나머지는 친인척 집 등으로 이동했다.
수원시는 1차 육안 진단에 이어 국토안전관리원과 안전진단업체가 참여한 정밀 안전진단을 21일 실시하고, 구조적 문제인지 단순 마감재 문제인지를 판단해 향후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전진단업체 관계자는 “내벽과 외벽을 잇는 철물이 노후화되면 지지력이 약해져 외벽이 부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마감재 문제일 경우 해체 후 재시공하면 되지만, 구조적 결함이라면 대대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이 건물은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법상 정기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라, 향후 유사 건물들에 대한 자율 점검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