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선고’ 문형배 대행 “헌재 결정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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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尹 파면 선고’ 문형배 대행 “헌재 결정 존중해야”
6년 임기 마치고 퇴임
“대인논증 같은 비난 지양해야”
  • 입력 : 2025. 04.18(금) 11:22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9·사법연수원 18기)이 6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18일 퇴임하며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을 비롯해 재판관 구성 다양화, 더 깊은 대화가 헌재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행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 같은 3가지가 보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행은 “(헌재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돼야겠지만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인논증은 경력이나 사상 등을 지적하면서 비판하는 것이다. 이는 문 대행을 비롯해 재판관들에게 그간 이뤄진 ‘이념·성향’ 등에 근거한 일각의 문제 제기를 우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행의 경우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 출신으로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점을 들어 사안 판단에 비판이 이뤄졌다.

문 대행은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행은 이와 함께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와 헌재 구성원 등 사이의 더 깊은 대화 등 3가지를 헌재가 ‘사회 통합’이라는 헌법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보충돼야 할 것으로 제시했다.

그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문 대행은 다른 재판관과 헌재 구성원 등에 감사를 전하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재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 내 테니스·걷기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이날 퇴임사는 통상 헌재 공문 틀이 아닌 일반 문서 형태로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헌재 로고가 들어가고 재판관 이름이 궁서체로 표지에 적힌 퇴임사가 아닌 ‘표지 없는’ 퇴임사가 배포됐다. 내부에서는 소탈한 평소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 대행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2년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부산가정법원장,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9년 4월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그는 이종석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작년 10월부터 권한대행으로 이끌어왔다. 원래 거주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