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성숙한 시민의식 빛난’ 尹탄핵 찬반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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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광주 성숙한 시민의식 빛난’ 尹탄핵 찬반집회
금남로서 보수단체 1만명 기도회
지역민·시민단체 2만명 ‘맞불집회’
100m 두고 대치 불상사 없이 종료
“극우 왜곡 맞서 광주는 하나였다”
  • 입력 : 2025. 02.16(일) 18:20
  • 노병하·오지현·정성현 기자
광주 동구 금남로 1가에서 4가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앞쪽은 탄핵 반대 참가자들. 김양배 기자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대규모로 열리면서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으나 광주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이 빛을 발하면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1만여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 도시 맞느냐? 광주만 탄핵을 옹호한다” 등으로 도발했지만, 금남로에 모인 광주시민들은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더 많은 참여와 함성을 통해 민주 도시의 시민다운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1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2만여 시민과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1만 극우 세력이 100m 간격으로 대치를 벌였지만 충돌과 마찰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주관으로 이날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국가비상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거나 ‘계엄 합법’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쥐고 윤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석자는 1만명(주최측)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들이 광주에 집결하면서 정작 기존의 헌법재판소 앞이나 광화문에서 상주하던 기존의 내란 세력 옹호 시위대는 급격히 줄어 탄핵 반대 세력의 규모를 짐작케 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100m 떨어진 반대쪽에서는 18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의 광주시민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이날 총궐기 대회에 시민 2만여 명이 참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집회는 오후가 되면서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내란 세력 옹호 쪽에서 집회 내내 도발했지만 광주시민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내란 세력 옹호 집회자들이 지하철 입구 등에서 ‘북한 개입 내란, 폭동’, ‘5·18 가짜유공자 명단’, ‘5·18은 DJ세력·북이 주도한 내란’ 등의 전단을 살포함에 따라 광주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 법적 조처를 진행할 예정이다.

충돌없이 집회가 끝나자 일부에서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광주가 반으로 갈라졌다”거나 “광주시민들 상당수가 이제야 깨달았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단체장과 정치권은 곧바로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해남·완도·진도)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주가 내란수괴로 인한 찬반으로 갈리며 쪼개졌다? 광주는 하나였다”라며 “하나인 광주에 외인부대가 수많은 버스로 동원돼 절반으로 쪼개졌다는 주장은 억지 주장”이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특히 일부 개신교 신자들을 전국에서 동원한 것은 예수님의 정의가 아니다”며 “하나된 광주는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켰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극우세력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강 시장은 “헌법을 부정한 사람들은 절대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고 헌법 정신”이라고 질타했다.

김 지사 역시 “무도한 내란 세력에 광주·전남을 내줄 수 없다. 민주주의를 더럽힌 내란세력을 척결하고 정의를 위해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인들도 광주를 응원하며 탄핵 찬성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민주주의 심장 호남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것에 굉장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이곳의 시민들은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사는데, 극우세력은 자신의 파급력을 위해 광주정신을 이용했다. 불법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균택(광산구갑) 의원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자유·공동체주의를 존중하는 것이다. 광주와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저들은 그저 카르텔일 뿐이다. 본인들이 정말 보수인지 스스로 점검해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배종호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세한대 교수)은 “민주주의 DNA가 살아 있는 광주에서의 양 집회는 단순한 정치적 충돌이 아니다”며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심판의 칼날을 들어야 한다. 하루 빨리 국가와 국민이 지켜온 법치·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빠르면 3월 초 최종 결정이 나온다면 5월께 진영과 이념을 넘는 새로운 정치판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병하·오지현·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