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수도권·지역논리 싸움이 '지방공항 비극'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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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수도권·지역논리 싸움이 '지방공항 비극' 키웠다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5. 01.09(목) 17:24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지방공항이 최대 위기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이번 사고를 통해 공항의 구조적 문제와 LCC(저비용 항공)의 관리 부실의 위험성이 대두됐다.

문제는 참사를 빌미로 무안공항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엉터리 경제성 조사와 지역민원·정치논리에 의해 철새도래지에 세워진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비하됐다. 무안공항뿐 아니라 ‘지방’ 타이틀을 단 공항 모두가 도매금 비판으로 확대됐다. 만성적자라는 이유에 조류충돌, 안전장비·인력부족 등의 ‘안전 뒷전’까지 덧씌워져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어쩌다가 ‘지방공항’이 미움의 대상이 됐는지 톺아보기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지방공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지극히 수도권 중심의 발상이다. 인구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지역에 공항을 짓는 건 경제논리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적자로 문을 닫을께 뻔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지역이라고 논리가 없겠는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지역에 사는데도 교통불편 감수는 지역 몫이다. 또한 수도권 일극주의에 맞서기 위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소멸을 막는 절박함에서 공항 건설은 지역숙원 사업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첨예한 논쟁의 대상인 지방공항을 향한 수도권 논리와 지역 논리 중 누가 더 타당한 걸까?



日, 98개 공항 난립…답습 우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쏟아진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수도권 논리의 핵심은 지방공항 난립과 경제성을 꼽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공항공사에서 운영 중인 지방공항은 총 14개다. 이중 김포, 제주, 김해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이 10년 이상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공항은 10곳에 이른다. 가덕도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흑산공항, 서산공항 등 8곳을 비롯해 지자체 차원에서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

지방공항 문제를 얘기할 때 일본 사례는 정곡을 찌른다. 일본에는 무려 98개의 지방공항이 있다. 15년 전 인 2010년 기준 흑자를 기록한 공항은 8것에 불과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일본 공항의 적자행진은 역대 자민당 정권의 선심정책에다 각 지자체가 앞 다퉈 공항개설에 나서 공항 난립 상황이 온 것이다. 결국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 관점에서도 지방공항 건설의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양질의 일자리, 풍부한 인력과 자본이 넘쳐나는 수도권의 팽창은 지방의 소멸을 부추겼다. 인프라 부족과 수도권과의 접근성 문제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게 현실이 됐다. 그래서 지방공항, 고속도로, 철도 등 SOC 유치에 지자체가 목을 메는 이유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뭔가를 짓는 행위는 합리적 투자고, 지방에 쓰는 건 세금 낭비라는 시각 속에 지방투자에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정부의 기조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이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31년 전인 1993년 7월 해남 운거산에서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 116명 가운데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원인은 악천후와 당시 목포공항의 열악한 시설이 꼽혔다. 목포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1500m에 불과했고, 자동 착륙 유도장치 등도 없었다. 결국 안전을 위한 조치가 공항 신설이었다. 무안공항은 7년의 대공사 끝에 2007년 11월 첫 취항했다. 가덕도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13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역시 2002년 4월 김해 돗대산에서 발생한 ‘중국 국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12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추진된 것이다. 무안공항은 건설 당시 광주 민간·군 공항과 통합까지 추진중이다. 수도권 논리를 타파할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예산 안돼”vs“지역 살려야” 공방전



이처럼 지방공항을 놓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편한 시선은 흡사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정치상황 같다. 타협과 대화가 없이 서로 헐뜯기만 하는 정쟁은 결국 국가를 혼란에 빠트렸다. 지방공항 역시 수도권 논리와 지역 논리의 틈바구니에서 물고 뜯기는 신세다. 수 십 년째 이어진 논리싸움이 지방공항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 건 아닐까. 지방공항 건립과 추진 과정을 보면 정치권의 공약 난발과 뒷감당을 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부담, 관련 부처의 공항 건립 예산삭감 기조와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희망고문으로 지방공항을 세우려는 지자체는 적자공항을 활성화하겠다며 발버둥을 치고 있고, 신규 공항 건립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끌어들인 LCC의 실적을 내세운 무리한 운항은 결국 참사를 불렀다. 만성적자와 부실운영 속에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을 예방할 관제사·조류퇴치 인력 부족, 최악의 피해를 안긴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비행기 정비인력 부족 등 참사의 원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방공항이 돈의 논리 속에 ‘값싼 안전’만 취급된 셈이다.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할까. 기존 공항은 물론이고 신공항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이런 점검과정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논리만으로 접근은 금물이다. 좀 더 냉철함과 명확성을 근거로 지방공항 운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이번 참사의 안전 불감증 지적 역시 뼈아프게 수용해야 한다. 최악의 여객기 참사로 이어진 지방공항의 비극은 이젠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