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14일 광주시교육청26지구 제5시험장인 광덕고등학교에서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교사들이 수험생을 격려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모두가 응원하는 시험장 풍경
“긴장하지 말고 평상시처럼 해”, “수험표랑 시계 잘 챙겼지?”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 시험장에는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광주 지역은 아침 최저기온은 10도, 낮 최저기온은 21도까지 오르며 ‘수능 한파’가 없는 포근한 날씨를 보여 롱패딩으로 중무장한 수험생의 모습이 익숙했던 예년과 달리 비교적 가벼운 차림에 겉옷을 챙겨 온 수험생이 많이 보였다.
마지막 점검을 위한 요약본과 도시락을 든 수험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시험장에 들어섰고, 정문 입구에서는 부모님과 포옹하며 ‘떨지 말고 잘 보고 오라’는 응원과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겠다’는 다짐이 오갔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광덕고를 찾아 수험생들을 격려했으며, 교복을 입은 후배들 역시 선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힘을 실었다.
신재헌(석산고 1년)군은 “선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고사장을 찾아왔다”며 “열심히 노력해 왔던 만큼 선배들이 수능시험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원을 전했다.
수험생들도 목표한 점수 달성을 위해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오동원(인성고 3년)군은 “조금 떨리기는 하지만 수학 과목만큼은 누구보다 잘 치를 자신이 있다”며 “막히는 문제가 있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응하겠다. 꼭 원하는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광주 남구 진월동 대성여자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서 한 교사가 수능을 치르는 제자를 격려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교문 주변에서는 교사와 부모들의 ‘시험 잘 봐’, ‘긴장하지 마’라는 수험생들을 향한 격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니와 포옹한 뒤 교문으로 들어서던 이수미(대광여고 3년)양은 “긴장은 되지만 후회하지 않게 하던 대로만 하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불수능이 예상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힘을 얻었다. 날씨도 화창하고 컨디션도 좋아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웃으며 씩씩하게 고사장에 들어섰다.
이양의 어머니 박효정(53)씨는 “늦둥이 딸이라 2명의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10년 만에 다시 자녀가 수능을 보는 건데 딸보다 내가 더 떨리는 것 같다”며 “딸이 잠도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노력한 결과가 오늘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수능이 끝나고 나오면 너무 고생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딸을 다독이며 연신 ‘파이팅’을 외치던 배을희(49)씨는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딸이 계속해서 눈으로 좇다가 이내 조용히 눈물을 닦아냈다.
배씨는 “외동딸이 수능을 보는 거라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나도 1995년도에 이곳에서 수능 시험을 봤었는데 딸도 같은 곳에서 수능을 치른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교대를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염원했다.
이른 새벽부터 응원에 나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손을 맞잡고 응원의 말을 전하는 교사들의 표정에는 학생들이 그동안 노력해 온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김석형 설원여고 3학년2반 담임 교사는 “시험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평상시처럼 침착하게 문제를 잘 풀어낸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건넸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광주 남구 진월동 대성여자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서 교통 경찰이 시험장을 착각한 수험생을 동성고로 이송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시키고 있다. 정상아 기자 |
준비물을 놓고 오거나 시험장을 잘못 찾아오는 해프닝도 이어졌다.
입실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학생들의 발길이 분주해진 가운데 교문 앞에서 가방 속을 이리저리 뒤지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당황하는 한 학생이 있었다. “수험표가 없어, 어떡하지?”라고 외치는 학생의 모습에 주변 학부모와 교사들도 덩달아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봤다. 하지만 잠시 후 가방 구석에 깊숙이 넣어 두었던 수험표가 발견되자 주변에서 안도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도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착을 찾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오전 7시50분께 광주 동성고에 가야 하는 군인 재수생이 차량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잘못 입력하면서 대성여고로 오게 됐다.
정문에 들어섰다가 시험을 볼 수험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하며 내려온 재수생을 발견한 경찰은 급히 경찰 관용차를 몰고 와 3분 거리의 동성고까지 그를 긴급 이송했다.
광주 남부경찰 소속 김민준 경사는 “수험장 간 거리가 가깝지만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판단해 차량으로 이송하게 됐다”며 “인생에서 중요한 시험인데 늦지 않게 입실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모든 수험생이 전부 본인이 준비했던 대로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후 광주 동구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최상빈 기자 |
탐구 영역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자 살레시오여고 교문 앞은 수험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오후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학부모들은 우산을 챙겨 든 채 자녀들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시험이 끝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달음에 달려 나온 수험생들은 해방감을 느낀 듯 밝은 표정으로 가족의 품에 안겼다.
1등으로 시험장을 나온 조영빈(전남여고 3년)양은 “12년간 공부를 한 게 이렇게 시험 한 번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기도 하지만 너무 후련하다”며 “오늘은 가족들과 밥을 먹고 충분한 잠을 자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수험표 할인으로 노트북을 구매하고 싶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가 준비한 꽃다발을 품에 안은 구여진(동아여고 3년)양은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싶고 가족들과 재밌는 시간 보내고 싶다”며 “이날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과거의 나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해 주고 싶다”고 해방감에 설레는 모습이었다.
구양의 어머니 위경진(43)씨는 “수능이 인생에서 중요한 시험이라고 하지만 결코 끝이 아닌 시작이다”며 “이를 계기로 더 굳건하게 힘든 일에 부닥쳤을 때 이겨내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모든 수험생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고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정상아·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