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전남서부보훈지청은 지난 10~11일 이틀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적지 순례를 진행했다. 정상아 기자 |
“유엔참전국과 유엔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겠습니다.”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며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턴투워드 부산’ 행사가 11일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거행된 제18회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턴 투워드 부산(부산을 향하여)’ 행사는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장을 누볐던 22개 유엔참전국과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제18회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날 기념식 ‘턴 투어드 부산(부산을 향하여)’이 부산시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거행됐다. 정상아 기자 |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맞아 유엔참전국과 유엔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2024년도 참전유공자 등 전적지 순례’에 참여한 전남서부보훈지청, 6·25참전유공자 등 40여명도 함께 자리를 빛냈다. 특히 올해는 전남지역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12개국의 참전용사 2329명의 넋을 기리고 추모의 뜻을 전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유엔기념공원 묘역에서 무명용사 안장식을 거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안장자의 유해는 지난 2010년 발굴했으며, 유엔군으로 추정됐으나 국적과 신분이 확인되지 않아 국방부 유해보관소에 안치됐다가 2022년 국적 판정 심의 위원회가 유엔군으로 판정했다.
정전 이후 발굴된 무명용사 유해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용사의 관 위에는 그가 70여년간 묻혀 있던 백령리의 흙이 뿌려졌다.
이어 오전 11시 유엔기념공원과 부산 전역에는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서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조포 21발이 하늘로 발사됐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유엔군 참전용사와 가족들, 그리고 시민들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다시금 되새기며 참전용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은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며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손수건으로 닦아내기도 했다.
정경섭 고엽제 전남지부 영광지회장은 23살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용사로 참여했다. 타국에서 2년간 의무병으로 일하며 다친 동료들의 치료를 도맡은 그는 여전히 그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정씨는 “젊은 시절 타국에 와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나라를 지켜낸 유엔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에 직접 와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참전용사들의 헌신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세월이 지날수록 참전용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며 “이들의 공헌이 후대에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추모 행사가 꾸준히 추진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1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 투워드 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추모 비행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이후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 공연과 블랙이글스의 공연도 펼쳐졌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는 유엔 참전용사의 위대한 헌신을 기리기 위해 이곳 유엔기념공원에 모였다”면서 “전몰장병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내며 용사들을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턴투워드 부산은 6·25전쟁 유엔군 전물 용사들이 묻혀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행사로, 정부는 2020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무안 호담항공우주전시관에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기념하는 전적지 순례 출정식에 이향숙 전남서부보훈지청장을 비롯한 참가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정상아 기자 |
전남서부보훈지청 2024년도 참전유공자 등 전적지순례 참가자들은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지난 10일 무안에 위치한 호담항공우주전시관을 견학했다.
무안에 위치한 ‘호담항공우주전시관’은 총 3000평 부지에 실제 사용했던 전투기를 비롯해 항공기 11대와 군시설의 각종 전시물이 전시돼 있다.
무안 사창리 출신인 전 공군참모총장이었던 옥만호씨가 공군의 발전과정과 후세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이곳은 실내 전시관에는 우주항공 분야의 발전을 볼 수 있는 각종 실물 모형과 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있다.
전남서부보훈지청 전적지 순례에 참여한 전남지역 참전용사들과 이향숙 전남서부보훈지청장 등이 지난 10일 무안 호담항공우주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행사를 기획한 이향숙 전남서부보훈지청장은 출정식에서 “이번에 마련된 전적지순례 행사는 74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호국영웅을 기억하고, 22개국 유엔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며, 그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고자 마련됐다”며 “호국영웅분들에게는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해 낸 빛나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 모두에게는 호국영웅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과 유엔참전용사의 자유와 평화 수호 가치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남서부보훈지청 전적지 순례에 참여한 전남지역 참전용사들과 이향숙 전남서부보훈지청장 등이 지난 10일 무안 호담항공우주전시관에서 실제 사용했던 전투기와 항공기 등을 살피고 있다. 정상아 기자 |
한참 전시관을 둘러보던 참전용사들은 과거 자신이 사용했던 무기와 탑승했던 수송기 등을 살피며 기억을 되뇌였다.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이모씨는 “몸이 불편해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부산으로 향하는 순례 일정을 확인하고 망설여졌는데, 참여하길 너무 잘한 것 같다”며 “1960년대 당시 베트남으로 향할 때 탔던 수송기와 사용했던 장비들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당시의 기억이 오늘따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국전쟁은 한국만의 역사가 아니다.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으며, 유엔의 참전은 세계가 한국의 평화를 함께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참전유공자의 명예 선양 및 호국정신을 계승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