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8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나레에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기후변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표현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 주제로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광주 전역에서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린다. 나건호 기자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아트씬은 크게 세 축으로 나눠진다. 본관에서 열리는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과 장외섹션 양림동 전시 ‘소리숲’, 광주 곳곳 문화기관·미술관 등에 조성한 31개 파빌리온(국가관)으로 구성된다. 여러 미술관, 갤러리들도 자체적으로 특별전을 기획해 다양한 미술의 현장을 구현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판소리’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판’(공간)과 ‘소리’의 내러티브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문제를 탐구하고자 했다. 마당이라는 공공의 장소를 뜻하는 ‘판’에서 타자의 소리까지 담아낸다는 점이 광주비엔날레 지향점 ‘광주정신’과 일치한다. 실제 참여작가들은 갈등의 국경, 반이민 장벽, 탈식민, 기후위기, 사막화, 동식물 생태계 파괴,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등 다양한 동시대 현안을 미술작품으로 가져온다.
특히 이러한 이슈들을 다양한 종들이 내는 일종의 ‘소리’나 ‘울림’으로 인식해 전시 풍경을 구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시장 곳곳은 소리가 주요한 모티브로 작동하고 있다. 풍경이 곧 사운드스케이프인 만큼, 전시는 음악과 시각적 형식이 연결돼 전개된다. 예술가들은 판소리 소리꾼으로 변모해 세대, 문화, 나이, 성별, 지역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소리를 시각화시키며 위기에 처한 지구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관해 이야기한다.
본전시는 장외섹션 양림동 ‘소리숲’으로 이어진다. 양림문화샘터,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한부철 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8곳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며 소리 프로젝트와 관객 참여에 기반한 다양한 협업 작업이 펼쳐진다.
특히 양림동 주민, 예술가, 기획자들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발맞춰 기획한 제3회 양림골목비엔날레, 이곳에 조성된 파빌리온 5곳(국가관 오스트리아·캐나다·덴마트·폴란드·스페인)과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미술관으로 재탄생한다. 일본 식민지 시대 저항의 역사, 근대화 이후 기록의 역사가 깃든 근대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이 다시 한번 광주에서 미술 중심지로 재탄생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광주비엔날레가 2018년부터 본전시와 함께 진행한 파빌리온은 올해 광주 곳곳 갤러리, 문화기관 등지에 역대 최대 규모인 31개가 마련된다. 파빌리온은 광주비엔날레 본관 외에 광주 곳곳의 전시 공간을 국가관으로 조성해, 해당 국가의 동시대 미술을 소규모로 선보인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번 파빌리온은 국가관 한정이 아니라, 문화예술팀과 단체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특히 첫 도시관으로 ‘광주관(광주시립미술관 2~3층)’이 조성돼 ‘오월예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 총집합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파빌리온도 두드러진다.
전시 이외에 광주비엔날레 본관 앞에 조성된 굿즈 판매 상품점,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마당푸드 랩이 관람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심포지엄, 참여작가와의 토크 및 워크숍, 어린이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이어진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주제 ‘판소리’는 창설 30주년에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으면서 광주정신과 부합한다”며 “총 관람객 70~80만명을 목표로 광주가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