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일칼럼>중앙공원 1지구 ‘공원 지키는 사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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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전일칼럼>중앙공원 1지구 ‘공원 지키는 사업’이 맞다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3.19(화) 17:12
이용환 논설실장
지난 2017년 7월. 민선 6기 윤장현 광주시장의 고민은 크고 깊었다. 아무리 국가적인 의제라지만 과연 이 일이 가능할까.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윤 시장이 고민했던 것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일몰제와 민간공원 특례사업이었다. 일몰제는 개인의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후 20년간 보상하지 못한 장기미집행시설에 대해 그 결정이 자동으로 해제되도록 한 제도다. 그 기한이 2020년이었다. 돈이 없으면 공원부지를 해제시켜야 되고, 그렇다고 자치단체가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만들 수도 없었던 상황. 때맞춰 한국개발연구원이 궁여지책을 내놨다. 민간이 공원 부지 중 사유지를 매입해서 일부를 개발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 채납하도록 하겠다는 것.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시작이었다.

특혜논란 불거진 중앙1지구

그리고 시작된 민선 7기.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한 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당장 광주시는 전체 24개 공원 가운데 15곳은 매입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나머지 9곳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규모가 큰 중앙공원을 1지구와 2지구로 분리하고, 신용공원과 마륵공원, 운암산공원, 중앙2지구 등 4개 공원에서는 사업도 시작됐다. 광주시와 사업자가 원래대로, 약속했던 대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터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졌다. 10개 사업지구 가운데 유독 중앙공원1지구에서 사업자 공모 과정부터 특혜논란까지 온갖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외치면서도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사업시행자가 광주도시공사에서 한양 컨소시엄으로 교체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컨소시엄 측이 처음 제시한 제안서도 용도변경과 실시계획인가, 후분양 전환 등 계획 단계를 거칠 때마다 비공원시설 면적과 세대수, 용적률 등이 높아졌다. 당초 계획이었던 선분양을 후분양으로 바꿔 사업자에게 엄청난 이익을 보장한 것도 이례적이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용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고, 세부 사항도 사업 추진자에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선회하며 분양가를 올린 것도 문제다.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광주시가 용인해 당시 세대수를 409세대나 올려줬고 용적률과 분양가 또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전남대산학협력단은 최근 타당성 용역을 통해 선분양 시 2425만 원, 후분양으로 할 경우 2027년 말 4226만 원까지 치솟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어쩌면 협박으로 들릴 만큼 어처구니없는 횡포다. 공모 당시 지역기업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지만 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지역기업이 빠지고, 공원녹지법과 국토교통부의 특례지침을 무시한 채 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것도 공모사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업의 재원은 분양가라는 시민의 돈이다. 공공성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말이다. 지난 2017년 윤장현 광주시장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도 ‘최대 보존, 3대 대형공원 국가공원 지정, 민간개발 공공성 확보’ 등 3대 원칙이었다. 얼마 전 강기정 광주시장이 언급한 ‘중앙공원1지구는 아파트 건설이 아니고 공원을 지키는 사업’이라는 잣대도 시민의 참여와 감시를 보장해 공공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미일 게다.

시민참여·감시로 공공성 살려야

하지만 지금 광주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신뢰도 없고, 투명하지도 않고 공공성도 사라진 사업자를 위한 사업’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 술 더 떠 ‘광주시가 공정하지 않다’거나 ‘광주시가 민간사업자와 이익공동체인 것 같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후분양을 선분양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밝힌 환수 방침에 대해서도 ‘시민들을 향한 선심성 발언을 통한 선분양 전환 꼼수’라고 평가절하 한다. 환수방법이나 절차, 금액 등이 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환수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시민과 시민단체의 광주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안타깝다.

이래서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 설령 추진되더라도 공공성이 사라진 사업은 사업자만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중앙1지구 논란에 대한 강기정 시장의 입장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하고 신속한 원칙에 따라 사회적 합의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방향이다. 시민의 참여와 광주시의 투명한 행정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는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유일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모든 과정을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공익을 우선으로 하려는 광주시의 노력도 필요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공동사업자인 광주시에 주어진 관리와 감독의 의무를 다하라는 얘기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한 합리적인 분양가도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건설이 아닌 공원을 지키는 사업’이라는 강기정 시장의 잣대야말로 중앙1지구 논란을 해결하는 가장 광주다운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