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찾은 광주 서구의 한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라면 등 대용량 제품을 카트에 넣고 있다. |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로 아이스크림, 설탕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 몇 집씩 모여 소분하는 등 ‘알뜰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이스크림, 설탕 등 생활필수품 39개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 상승했다. 이중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률은 21.2%로 가장 높았고 설탕이 18.3%로 그 뒤를 이었다.
상승률을 품목별로 보면 아이스크림, 설탕에 이어 △케첩 17.9% △어묵 16.0% △맛살 14.0% △된장 12.4% △생수 11.7% △참기름 11.2% △마요네즈 10.9% △우유 10.3% 등의 순이었다.
아이스크림, 케찹, 어묵, 맛살, 된장, 참기름, 마요네즈 등 7개 품목은 지난해 3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가격 상승률이 높은 10개 품목에 포함됐다.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32개 품목이 상승했고 4개 품목이 하락했다. 상승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2.0%였다. 설탕이 7.7%로 가장 높았고 달걀 4.4%, 우유 4.3%, 된장 3.9%, 아이스크림(3.3%) 등의 순이었다.
광주·전남의 경우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1.76(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3.7%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114.18(2020년=100)로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품목성질로 보면 상품은 전년 대비 3.8%, 서비스는 전년 대비 3.6% 각각 상승했다.
연일 상승하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노리고 대용량 상품이나 소비기한 임박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찾은 광주 서구의 한 창고형 대형마트. 가성비 있는 대용량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보통의 마트 등 소매점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이곳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의 카트 안에는 기존 마트에선 볼 수 없는 대용량 묶음 상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세 집이 모여 장을 보러 왔다는 정경화(37)씨는 대용량 상품 중에서도 1+1, 2+1 기획 상품을 카트에 담았다.
정씨는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오르다 보니 각자 가정이 있는 동생들과 장을 보러 일부러 광산구에서 서구까지 찾아왔다. 몇백원, 몇천원이라도 아끼고자 라면을 박스로 구매해 동생들과 각각 나누고 있다”며 “특히 두 개 이상을 사면 더 저렴해지는 제품들 위주로 골라 담고 있다. 장을 다 보고 나면 우리집에서 구매한 물건을 소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의 방학으로 간식을 구매하려고 온 김서영(40)씨도 곧장 아이스크림 코너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이 든 박스 두세 개를 집어 들었다.
김씨는 “아이가 방학이라 집에 있는 시간은 늘어 아이스크림, 빵 등 간식이 필수적이다. 옛날과 다르게 아이스크림 가격이 너무 올라 하나에 1500원이 넘어간다”며 “동네 마트에서 그때그때 구매하는 건 너무 비싸 대용량 제품을 구매하러 왔다. 아이스크림 10개에 1만원도 안되게 구매할 수 있고 3000원 이상 차이 나는 상품도 있다”고 말했다.
동구에서 자취 중인 최민아(26)씨는 소비기한 임박 상품만 쏙쏙 골라 담았다.
최씨는 “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빵 같은 제품들에 임박 할인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최대 30% 할인하고 있어 8000원대 치즈케이크를 5000원대로 구매할 수 있었다”며 “자취를 하느라 월세 등 생활비 지출이 커 간식비나 밥값이라도 아끼고자 소비기한 임박한 상품들 위주로 구매한다. 임박이라고 해도 최대 3일 정도 기한이 남아 있어 꽤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