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작 ‘연주된 시간의 기록’. 드영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해 마련한 공모전이다. 드영미술관은 역량있는 신진청년작가를 발굴·지원하고자 광주 동구 후원으로 청년작가 공모를 실시했다. 1차 서류, 2차 포트폴리오로 진행된 심사에서 김수진 작가가 ‘올해의 청년작가’로 최종 선정됐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복잡한 형상일지라도 하나의 형상으로 돌아간다는 불교용어다. 모든 생명이 죽으면 하나의 흙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김수진 작가의 관심사는 ‘일즉다 다즉일’에서 시작된다. 생명을 지닌 우주 상의 모든 존재들이 어디에서 태어났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며, 또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 화두를 화폭에 담아낸다.
철이 지나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부터, 어린아이가 노인이 되는 과정, 변태하는 곤충들, 반복되는 낮과 밤, 그리고 시간이란 굴레 속에 같은 듯 다른 규칙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모든 생명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가 그 자리에 없다. 생명이 가진 본질에 대한 궁금증은 김 작가의 작업 소재가 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자주 방문하는 무등산을 모티브로 해 당시의 개인적 사유나 심상에 따라 다르게 와닿는 자연풍경을 작가만의 시각언어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작에서는 강한 붓 자국과 함께 겹겹이 쌓인 여러 색채가 관찰된다. 이는 그동안 생명이 순화하며 남긴 발자국인 듯 그 흔적의 끝엔 무게가 느껴지고 강렬하다. 모든 생명체는 죽음 이후 사라지지 않고 분해돼 자연계를 순환한다. 우리 인간도 죽음 뒤 흙(자연)으로 돌아간다. 비슷한 성질을 가진 각자가 서로를 알아보 듯, 인간은 자연을 갈증하게 된다.
전시명인 ‘푸른 공생자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 있는 모든 유기체의 목적의식을 나타냄과 동시에 ‘~들’ 이라는 복수적 어법을 사용함으로써 생명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결국 함께 상생하며 순환고리를 돌고 있다는 뜻을 함께 내포한다.
김수진 작가는 “소개하게 된 작업들은 무등산의 특정 장소를 모티브로 작업한 것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커다란 군집을 이룬 ‘산’이라는 생명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곳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생명체들의 유한성과 영속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아냈다”며 “우리는 모두 공생자로 이 땅에 함께 한다. 작업물 속 산과 물, 자연의 모습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영 드영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김수진이 펼쳐낸 시각적 형상 안에서 자신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가치관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나의 근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탐색해 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동시대 미술을 이끌며 대내외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할 신진 청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나의 특별한 뜰’도 진행된다. 오는 11일 오전 10시 김수진 작가와 함께 나이프를 활용한 백드롭 패인팅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현재 성인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자세한 사항은 드영미술관 홈페이지 참고.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