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선생님, 제 말을 좀 들어봐 주세요. 제가 하도 이상한 증상이 있어 이곳 저곳 다녀 보았으나, 모두가 별 문제가 없으니 신경을 쓰지 말라는 말만 하고, 구체적으로 시원한 해답은 한 번도 듣지 못했어요. 저 역시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그대로 그대로 지나온 것이 벌써 10여년이 됐으나, 괜찮아지기는 고사하고 갈수록 그 통증은 심해지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라고 하는 것이다.
필자는 궁금해 대뜸 "본론을 이야기 해 보세요!"하고 말하자 그는 침통한 목소리로 "제가 배가 아픈 증상이 너무나 이상해요. 아픈 곳이 꼭 점을 찍어 놓은 듯 왼쪽 갈비 및 한 치 정도의 아랫 부분이 항상 기분이 나쁠 정도로만 쑤시고 아픈 증상이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신경이 쓰이며, 다른 것은 다 그만 두고라도 그 원인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들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시원한 답을 해준 분은 한 분도 없고, 그 간에 또 별이별 약을 다 먹어 보아도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변한 것은 없으니, 바라건데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으니 저의 이 오랜 궁금증을 좀 시원하게 풀어 주시면 더 없는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손님을 접하다 이런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의학입문(醫學入門)의 복통(腹痛)편을 보면, 어혈통필 착일방 (瘀血痛必 着一方)이라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다시 말하면, 어혈(瘀血)로 인해서 복부(腹部)에 통증(痛症)이 온다면 반듯이 꼭 찔러 한 곳에만 통증이 온다는 말이 된다. 이는 필연코 어혈(瘀血)에서 오는 통증이라는 것이 판명됐다.
그러나 이 분만이 혹 예외가 있을까하는 의심에 "선생이 혹 우사(憂思) 즉, 근심걱정을 많이 한 적이 있는지, 또는 지금의 통처가 전일에 타박(打撲)상을 당한 기억이 있냐"는 질문을 드렸다. 그러나, 대답은 그 어떠한 것도 기억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필자는 여기서 다시금 어혈(瘀血)에서 오는 통증임을 재확인하고, 다음과 같은 약제를 권해줬으니 그 대강은 다음과 같다. 당귀, 천궁, 작약, 도인, 홍화, 대황이다. 여기서 우선, 대황(大黃)에 대한 약성을 한번 알아보자. 대황은 장관(腸管)내에 쌓인 것을 배변시켜 어혈과 노폐물을 제거 시키고 열을 식혀주며, 월경이상, 퇴행성관절염, 열병이나 열이 있으면서 헛소리 하는 증상, 각기, 종창, 화상 등에 사용 한다. 특히, 태음인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 간에 열이 많아 위에서 열거한 증상이 나타날 때, 대황은 성약(聖藥)이 된다. 맹장염에도 아주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이 중년 남성은 올해 49세 정월 생으로 사주 오행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水) 즉 물이 하나도 없어 사주 전체가 답답한 형국이 됐고, 흡사 물이 흐르지 못하고 막혀버리는 모양세가 이 환자가 지금 겪고 있는 증상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김화선 기자 hwasun.kim@jnilbo.com hwasu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