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합의한 무쟁점 법안들로, 올해 안에 본회의를 열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소상공인에게 닥칠 '비용 폭탄'을 방지하는 법안,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주거급여 확장 법안 등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이 여야의 개헌 공방으로 발이 묶여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안은 올해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KC인증마크를 표시하지 않은 소상공인이 대거 폐업할 수 있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성범죄자 취업 제한을 다룬 개정안(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제56조)도 의결되지 못하면 성범죄자 취업이 일절 규제받지 않는 입법 공백 상태가 된다. 학교에 다니는 24세 이하 비혼모도 아이를 대학교 내 직장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냉대를 겪고 있는 비혼모에게 필요한 법안이지만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이혼 후 아버지가 잠적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로 받아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역시 올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12월 임시국회가 내년 1월 9일까지 자동 연장된 만큼 여야가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본회의를 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과의 공조를 통해 민생 입법을 우선 처리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급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개헌을 둘러싼 정국 경색이 풀리지 않아 임시국회 공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감사원장ㆍ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와 있는데 그것을 볼모로 잡고 벼랑 끝 전술을 차용하고 있다"며 "민생을 외면하고 사법부와 감사원을 혼란시켜 한국당에 돌아오는 게 무엇이겠느냐, 성난 민심 뿐이다"고 비판했다.
앞서 우 원내대표는 전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연내 본회의 개의 여부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바른정당 신임 원내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이 7700건이다. 현재 32건이 본회의에 있는 것 중 10건 이상은 연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안 되는 법안"이라며 "정치적 문제는 문제대로 논의를 하고 또 필요하면 싸움을 하더라도 민생 문제는 처리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김선욱 기자 sw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