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에…" 할머니가 동화 들려주는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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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옛날옛적에…" 할머니가 동화 들려주는 사랑방
광주 북구 매곡동 '아이꿈어린이도서관'
지역 도서관 활성화 사업 시니어클럽 회원 파견 근무
"우리 친할머니 같아요" 세대간 벽 허무는 공동체
독서토론·전래놀이… 요일별 다양한 프로그램
  • 입력 : 2014. 11.04(화) 00:00
지난달 23일 오후 북구 매곡동 아이꿈어린이도서관에서 '지역작은도서관활성화지원 사업'에 파견된 노인들이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마을사람 누구나 찾아와 부담없이 책을 읽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이 있다.

최근 찾아간 광주 북구 매곡동의 '아이꿈어린이도서관'. '광주북구시니어클럽'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맞춰입은 4명의 할머니들이 친손녀를 맞이하듯 반겨줬다. 도서관 내부에는 칸막이 같은 것은 없었다. 개방형 공간에 원탁테이블이 놓여있었고, 테이블 주변에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노인들이 일대일로 어린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마치 옛날옛적에 온돌방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손자ㆍ손녀에게 구전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다.

문성현(매곡초 2년) 군은 "친할머니와 같은 푸근한 느낌이어서 도서관에 오면 편안하다"면서 "집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다보니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노인들도 사회참여 기회가 생김으로써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현재 이 도서관에서는 김명희(66ㆍ여), 송영혜(66ㆍ여), 문은이(64ㆍ여), 허윤순(66ㆍ여)씨가 파견돼 일주일 2차례 하루 4시간씩 순환제로 근무하고 있다.

<그림1중앙>

김명희 씨는 "결혼한 이후 40여 년간 집안일만 해오다 뒤늦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엔돌핀이 샘솟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광주북구시니어클럽 '지역작은도서관활성화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4명이 파견 근무하면서 이곳 도서관의 분위기도 활기가 넘쳐난다. 책만 읽는 단순한 독서공간에 그치지 않고 노인들과 함께 전래놀이를 진행하면서 '1ㆍ3세대의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해 맘껏 뛰어놀 수 없었던 아이들이 이곳에선 공기놀이, 땅따먹기, 팽이치기 등을 즐기며 서로 하나가 된다.

소은지(매곡초 2년)양은 "할머니가 구전동화를 들려주는가 하면 속담과 수수께끼 놀이도 함께 한다"며 "책도 읽고 맘껏 뛰어놀 수 있어 좋고 새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핵가족화', '1인가구' 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노인과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이지만 최근에는 어른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9시 진행되는 성인 대상으로 한 인문학 독서모임 등이 어른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요일별로 △독서토론 △전래놀이 △역사공부 △요리수업 △세계문화여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도서관의 인기 비결이다.

학부모 최정희(30ㆍ여)씨는 "이 도서관은 어린이책이 많아 5살배기 아들과 자주 찾는 편이다"면서 "무엇보다 동네 어르신이 아이를 돌봐준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앞으로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의도 참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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