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동백 후두둑 졌고 등대는 거기 100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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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기획
봄마다 동백 후두둑 졌고 등대는 거기 100년 버텼다
[섬이야기] 여수 거문도 서도
  • 입력 : 2014. 09.05(금) 00:00
거문 서도 수월산에서 100년을 명멸해온 거문도 옛 등대. 말없는 등대는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려는 열강들의 야욕을 아픈 기억 속에 담고 있다. 사진은 국립등대박물관 \\\'아름다운 우리 등대\\\' 사진전 출품작이다. 등대박물관 제공
서도는 거문항 건너편에 있으며 서도와 거문도는 삼호교로 연결돼 있다.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 주는 다리는 교행의 길목이기도 하지만 그만의 운치를 지니게 되는 듯하다. 날렵한 듯 부드러운 아치를 그리며 거문도와 서도를 이어주는 삼호교는 예술적인 멋을 풍기고 있다. 1987년 세워진 삼호교는 250m, 폭 5m로, 다리 밑으로 작은 배가 왕래할 수 있게끔 가운데가 언덕처럼 솟아있다.

서도는 삼도 중 가장 크고 경관이 빼어난 섬이다. 그리고 수산자원도 풍부해 살기가 좋다. 서도는 연 평균 기온이 16.3도 정도로 온화해 2월 초면 국내에서 제일 먼저 약쑥을 채취하고, 아열대성 기후로 풍란, 석란, 동백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며, 옛날부터 어족이 풍부해 낚시꾼들에게 유명하다.

'곱디고운' 동백의 섬

서도는 음달산(237m)과 수월산(128m) 등 비교적 경사가 급한 산지로 이뤄져 있고, 음달산에서 섬의 서쪽 해안에는 '용내이'라 부르는 바위 언덕이 있다. 이 언덕에는 50평 정도의 못이 있는데, 이 못은 제주도 한라산의 백록담과 통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간 용이 제주도 바닷가로 나와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삼호교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10여 분을 걸어가면 유림해수욕장을 만난다. 백사장의 규모는 폭 20m, 길이 200m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주위경관이 뛰어나다. 또한 해수욕장 주변에 동백꽃과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부드러운 해안선과 함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해수욕장 부근에는 예전에 마을이 있었는데 '심포(深浦)'다. 서도에는 유난히 동백이 많다. 전체 수종의 70%가 동백. 사람들이 동백 가지를 모아 땔감으로 썼을 정도다. 종류도 다양해 붉은 동백부터 연분홍 동백, 흰 동백까지 20여 종이나 된다.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2월에 만개한 뒤 4월까지 차례로 진다. 특히 3월의 거문도는 곱디고운 동백섬이다.

동백꽃을 감상하면서 해수욕장에서 동쪽 바다를 따라 난 도로를 따라가니 벼랑이 나타나며 길이 끝난다. 비탈을 내려와 거문도 등대로 향하는 길에는 매우 좁은 목이 있다. 여기서 걸어서 30여 분 가야 등대를 만날 수 있다. 등대 가는 입구에 일명 무넹이목이 있다. '무넹이'는 서도와 수월산을 잇는 바윗길로 파도가 높을 때는 물이 넘어 다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을 건너야 닿는 산'이라는 뜻의 '수월산(水越山)'도 이런 연유 때문이란다. 등대로 오르는 산책로는 거문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꼭 찾는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며 길 양편으로는 동백나무 숲이 이어진다. 약 1.6㎞의 숲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 길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울창한 동백꽃길이다.

100년 넘은 거문도 등대
<그림1중앙>
서도 동남쪽 끄트머리 수월산(196m)에 위치한 1904년에 설치된 '거문도 등대'는 40㎞까지 불빛이 나가는 동양 최대 규모의 등대이다. 열강이 각축하던 100여 년 전 이와 같은 등대가 세워졌다는 것은 거문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을 말해 준다. 프랑스에서 들여온 프리즘렌즈를 통해 100년 동안이나 주변 바다를 비춰왔으나 2006년에 신축한 등탑으로 인해 지금은 해양유물로 보존되고 있다. 거문도 옛 등대 옆에 우뚝 선 새 등대는 거문도 등대 점등 100주년을 맞아 2년간의 난공사 끝에 2006년 8월1일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높이가 34m로 옛 등대(6.4m)보다 훨씬 높다. 해면으로부터 따지자면 약 100m 높이다. 154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 등대 전망대에 서면 거문도와 삼부도, 그리고 수평선 위의 백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거문도 등대 10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오래된 건물과 등대 주변을 정비해 등대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등대와 관사 사이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콘도형 휴양소가 자리잡았다. 최대 15명까지 수용하는 휴양소는 식기와 이부자리, 냉장고 등을 갖췄다. 무료로 숙박을 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서도의 남단에 있는 거문도 등대 외에 북단에도 무인 등대인 녹산(녹새이) 등대가 있다. 거문도 등대를 보았으니, 이제 서도의 북쪽으로 이동한다. 서도에는 3개의 마을이 있다. 그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 바로 '덕촌마을'. 거문도항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변촌마을이 나오고 언덕길로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방파제가 있는데 '서도리 선착장'이다. 서도리는 1908년 면소재지가 거문도로 옮겨가기 전까지 거문도의 중심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도 없이 변두리 마을이 됐다. 서도리 북쪽 해안 장촌마을 입구에 위령비가 있다. '전몰용사위령비'란다. 6ㆍ25 때 전사한 삼산면 출신 군인 92명의 영혼을 기리는 위령탑이다.

조업 안전 비는 '용왕제'
<그림2중앙>
남쪽 방파제 앞에는 전수관이 있다. 붉은 기와집의 건물은 '거문도뱃노래전수관'. 무형문화재를 전수하는 곳이다. 지난 400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남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있는 '거문도뱃노래'는 거문도에서 어부들이 부르는 노동요다. 출어했던 거문도 어부들이 만선이 되어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는 어로요다. 용왕제는 동해 청룡, 남해 적룡, 서해 백룡, 북해 흑령 그리고 중앙의 황룡으로 대표되면서 각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들께 어민들의 조업 중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는 한편, 어로작업 중 세상을 떠난 수중고혼들을 달래주는 제사다. 주악기는 북과 꽹과리로 되어있는데 주된 것이 노래이고 동작이 가미되어 있다. 첫째 '고사노래'는 용왕에게 풍어를 비는 내용의 노래이고, 둘째 '놋소리'는 어장을 향해 노를 저어 가며 부르는 노래이고, 셋째 '월래소리'는 그물을 끌어올리며 부르는 노래이고, 넷째 '가래소리'는 그물에 든 고기를 배에 옮겨 실으며 부르는 노래이고, 다섯째 '썰소리'는 만선이 되어 기쁨에 넘쳐 귀항하는 모습을 그린 노래이다.

노래의 형식은 목청 좋은 어부 한 사람이 앞소리를 메기면, 나머지 사람들이 뒷소리를 부르는 교창이다. 사람들은 일할 때도 이 노래를 부른다. 전수관 입구 양쪽 현판에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 거문도 뱃노래'와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제20회) 참가공로상 거문도 슬비소리'라고 되어있다. '슬비야 소리'는 같은 섬인 울릉도와 연관이 있는 노래라고 한다. 거문도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동해의 끝자락 섬인 울릉도까지 내왕했다고 한다. 철종 때인 1849년부터는 정기선이 운항했는가 하면 5~6척씩 선단을 지어 내왕했다. 이렇게 울릉도를 오가며 부른 노래가 유명한 거문도 '술비야 노래'다. 세 사람이 틀에서 얼래를 돌리고 여러 사람이 칡덩굴과 새끼를 연결시켜 길게 만들면서 부르는 '에이야 술비야' 등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108년된 서도초등학교
<그림3중앙>
서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서도초등학교이다. 1905년 서도 장촌리의 사립 낙영학교다. 운동장을 두른 담장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이다. 지금은 분교이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란다. 올해로 개교 108주년이나 된 오랜 전통 속에서 3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낙도에서 개교 108년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학생 수의 감소로 현재 3개 학급 수에 13명만이 다니고 있다. 서도에는 서도분교 외에 덕촌분교가 있다. 30년 전에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거문ㆍ동도ㆍ서도ㆍ덕촌초등학교 4개교가 덕촌초등학교에 모여 종일 체육대회를 열었다.

장촌마을은 거문도의 세 개 섬의 6개 마을 중 가장 큰 마을이다. 행정중심의 거문도를 제외하더라도 이곳은 우체국과 보건진료소 그리고 전수관 등 모든 것이 모여 있다. 덕촌마을보다도 규모가 큰 마을이다. 이제 서도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관광객과 상가가 즐비한 거문도와 달리 서도에는 옛 거문도의 전통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도는 거문도와 함께 유명한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이다. 하지만 여전히 섬에 뿌리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편하지만은 않은 서도. 겨울이면 숨을 죽이고 살아간다. 바로 앞섬 동도와 다리로 연결되고, 앞으로는 조금 더 환경이 나아져 섬을 떠나는 이들이 없길 바라며 섬을 뒤로 한다.

이재언 섬 전문 시민기자ㆍ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서도는
<그림4오른쪽>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7.77㎢, 해안선 길이 26.9㎞, 401가구 893명(2010년)이다.

지명 유래

거문도 내의 세 개 도서 중 서쪽의 섬이라 하여 서도라 부르게 되었다.

가는길

일단 고도로 가서 삼호교를 건너 서도로 간다.

관광 명소

먼저 거문도 뱃노래(전남 무형문화재 제1호)가 있다. 지난 400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거문도 뱃노래는 출어했던 거문도 어부들이 만선이 되어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는 어로요이다. 유림(유리미) 해수욕장은 거문항 건너편의 서도에 위치해 있으며 '유리미 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백사장의 규모는 폭 20m, 길이 200m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주위 경관이 뛰어나고 물이 맑다. 또한 해수욕장 주변에 동백꽃과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부드러운 해안선과 함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입자가 고운 모래사장이며 계단식 입구가 마련돼 있다. 주변에는 수월산에 위치한 거문도 등대가 보이고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삼호교가 가설돼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거문도 등대로 들어가는 동백숲은 산책로로 풍경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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