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도구일 뿐…규제와 윤리 기준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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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도구일 뿐…규제와 윤리 기준이 더 중요하다”
[신간]천재 로봇공학자 다니엘라 루스의 MIT 로봇 수업
그레고리 몬│김영사│2만3000원
  • 입력 : 2025. 06.26(목) 10:55
  • 박찬 기자·연합뉴스
‘MIT 로봇 수업’ 표지. 김영사 제공
“로봇은 망치처럼 도구일 뿐이다.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다니엘라 루스 미국 MIT 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이 최근 출간한 'MIT 로봇 수업'을 통해 로봇에 대한 철학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을 더 유능하고 생산적인 존재로 이끄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MIT CSAIL을 이끄는 저자는 책에서 로봇을 ‘지능형 기계’라고 정의한다. 주변 환경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처리한 뒤 물리적 행동으로 반응하는 장치를 로봇으로 본다. 그는 “일반 자명종은 로봇이 아니지만, 시간을 감지해 스스로 알람을 울리는 장치로 개조하면 로봇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개념 정립은 로봇을 단순히 인간을 돕는 기계적 보조물로 바라보는 그의 관점과 연결된다.

루스 소장은 로봇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물리적 힘과 지능을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목적에 따라 작동하는 ‘종속된 기계’라고 강조한다. 로봇의 자율성 확대에 대한 기대보다는, 인간과 로봇의 바람직한 공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루스 소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손끝 움직임을 정교하게 구현하는 로봇 손이 개발되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두뇌 시스템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 유연하면서도 강한 인공 근육 개발도 로봇 공학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윤리와 규제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처럼 로봇의 공익성과 위험성을 사전 검토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로봇이 상업적 용도로 출시되기 전, 용도별 사용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 기관의 설립도 강조한다.

“로봇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다.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루스 소장의 말이다.
박찬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