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 정한효 현장소장이 지난 13일 광주 서구 화정동 공사현장 통합관계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아파트 전체 동별 인원 잔류 현황과 공사 전반을 파악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 때문에,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 안전한 건설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전남일보는 지난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안전 시공’을 목표로 재시공이 진행 중인 현장을 찾아 안전 강화를 위해 도입된 장치와 절차 등을 점검한다. 이와 함께 제도 보완 필요성과 건설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현 광주 센테니얼 아이파크) 공사 현장 입구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022년 1월11일 오후 3시46분께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신축 공사 중이던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타설 작업 중이던 39층이 무너져 6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이곳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재시공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산이 약속한 철저한 품질 관리와 안전 강화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 지난 13일 HDC현대산업개발 품질 관리자가 공사장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콘크리트 양생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압축강도를 테스트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지난해 12월 8개 동 지상 주거층에 대한 해체 공사를 모두 마친 이곳 현장은 주거층 재시공이 한창이었다. 공사장에는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레미콘 품질 관리였다.
붕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콘크리트 강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 지역 레미콘 업체 20여 곳 중 시설과 품질을 평가해 단 8곳만 선정했다. 관계자는 “여기 들어오는 레미콘은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에는 외부 실험소에서 진행하던 콘크리트 강도 검사를 자체 실험실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레미콘을 타설한 당일, 즉시 공시체(테스트용 샘플)를 만들어 현장에서 보관한다. 이후 정해진 날짜에 맞춰 현장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품질 관리자가 압축 강도 시험을 진행하고, 기준치에 도달했을 때만 거푸집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 지난 13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시공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현 광주 센테니얼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전국최초 기술을 도입 하는 등 안전시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현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던 중,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A1통합 관제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 최초로 도입된 실시간 안전 관리 시스템 운영실이다. 내부로 들어가니 벽면 가득한 모니터 속에 공사 현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30여 개의 CCTV가 현장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었고, 위험 요소가 감지되면 즉각 조치가 이뤄졌다. 사각지대가 없는 안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통제실에서 무전기를 통해 지시하면 현장에 있는 안전관리자들이 즉시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작업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주의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동별 인원 및 잔재 현황을 파악해 작업자들이 모두 안전하게 철수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또 각 동마다 스피커를 설치해 긴급 대피 명령과 같은 안내 방송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작업자들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었다.
● ‘지지 구조물’ 확대 안전성 확보
붕괴 원인 중 하나로 꼽힌 하중을 지탱하는 임시 지지 구조물인 필러서포트(동바리) 부실 관리 문제도 철저히 개선됐다.
기존에는 하부 3개 층까지만 설치했던 동바리를 4개 층까지 확대하며 지지 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현장 관계자는 “더 단단한 지지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설치를 강화했다”며 “과거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고가 났던 201동은 8층 바닥 작업이 진행 중이며, 작업자들은 거푸집 설치를 마친 후 철근 배근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자 안전 강화…세심한 배려도
현장에는 안전 확보를 위해 5명의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지만, 대규모의 현장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현산은 별도로 안전감식단 4명을 추가 선발해 총 9명의 안전 담당자가 작업 현장을 집중 관리하도록 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세심한 안전 조치도 이뤄지고 있었다. 트럭에서 자재를 내리는 작업자들은 에어백 조끼를 착용해 낙하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으며, 신호수들은 깃발이 달린 조끼를 입어 작업 현장에서 더욱 눈에 잘 띄도록 했다.
자재 관리도 더욱 철저해졌다. 계근대(무게 측정 장비)를 설치해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고, 자재의 정량·정품 관리를 강화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문제 등 민원 예방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소음은 법적 기준(70dB)보다 낮은 65dB 이하로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현장 외부에서 30분 단위로 소음 측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펌프카 사용 시 발생하는 소음을 막기 위해 에어 방어벽이 설치됐으며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공사 구역에는 추가 가림막까지 설치돼 이중 차단 조치가 이뤄졌다.
정한효 현장소장은 “동 별로 최적화된 공법을 사용해 원활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원칙을 준수해 안전하고 튼튼한 아파트를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