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법치의 생명은 '일관성'과 '형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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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법치의 생명은 '일관성'과 '형평성'
  • 입력 : 2025. 03.10(월) 17:59
  •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민현기 취재2부 기자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신청을 받아들여 석방했다. 법원이 제시한 구속취소 사유도 납득하기 어려운 가운데 검찰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다. 구속기간 1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하는 검찰이 9시간 45분을 넘겼다는 것이다. 구속기간을 계산할 때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데 걸린 시간을 빼야 하는데 검찰은 이 절차에 걸린 사흘 전체를 제외하는 것으로 판단했고 재판부는 절차가 시작되고 종료된 시각을 기준으로 33시간 7분을 빼야 한다고 본 것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검찰이 이러한 일을 대비하지 못한 책임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일수 단위의 구속기간 계산은 검찰의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온 방식이고 다른 사건에 어떠한 제재를 하지 않았던 법원이 윤 대통령 사건에서 구속 취소 사유로 삼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검찰도 ‘즉시항고’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2년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자 국회는 ‘구속 집행정지’ 뿐 아니라 ‘구속취소’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도 함께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이때 당시 법무부 차관은 국회에 출석해 “즉시항고 위헌 결정을 구속취소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과 함께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은 대검찰청이다. 8일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불복을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시하게 돼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재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 10년 전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 취소 즉시항고권을 사수하던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항고 행사를 거부, 윤 대통령이 체포 52일 만에 그대로 석방됐다.

우리나라는 윤 대통령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수사·구속하는 과정에서 사법부가 공격받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는 등 국가 전체가 더 없는 혼란을 겪었다. 그럼에도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라는 절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판단이 나올 경우 사법 전체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