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9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대화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 민현기 기자 |
30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에 따르면 이춘식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재단으로부터 대법원의 강제동원 확정 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수령했다.
제3자 변제안은 가해자인 일본 전범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국내 민간 기업이 출자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1940년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의 이와테현 가마이시 제철소에 17세의 나이로 강제 동원돼 노역에 시달렸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최근까지도 양금덕(96) 할머니와 함께 배상금 수령을 거부해 왔지만, 지난 23일 양 할머니가 배상금을 수령한 데 이어 이 할아버지까지 변제안을 수용하면서 생존자 모두가 정부해법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는 제3자 변제안 피해 배상 수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친은 현재 노환과 섬망증으로 정상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판결금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을 뉴스를 통해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에 있는 형제들 일부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곧 누가 서명을 했고 누가 돈을 수령했는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지원 단체도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는 위법적 방식을 통한 제3자 변제 판결금 강행을 멈춰야 한다”고 성토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족문제연구소·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압박하기 위해 생존자들을 상대로 하는 탈법적 행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앞서 제3자 변제를 수용한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 판결금 수령이 할머니의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생존 당사자의 법률적 행사는 오직 당사자와 법률 대리인만이 할 수 있다”며 “정부가 고령의 피해자들이 정상적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법률 대리인을 제치고 위법적 수단을 통해 제3자 변제를 추진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헌법을 파괴하면서까지 일본에 손을 들어주는 윤석열 정부는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