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사 ‘휘청’… 건설경기 침체에 존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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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지역 건설사 ‘휘청’… 건설경기 침체에 존폐 위기
한국건설 이어 남양건설 법정관리
작년부터 10여곳…지역경제 위기감
광주 건설수주액 1년새 69.8% 급감
미분양에 건설비 상승…경영난 심화
  • 입력 : 2024. 06.12(수) 18:15
  •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
법원 로고
광주·전남지역 건설사들이 휘청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역 내 수주액은 급감한 반면, 고금리에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공사 비용은 늘어나면서 자금난에 내몰린 지역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방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역 건설업계 불황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법조계·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도급순위 127위인 광주·전남 중견건설사 남양건설㈜이 전날 광주지법 1-1파산부에 법인 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남양건설은 전남과 경남지역 지자체 발주 공사에서 적자가 난 상황에서 광주 남구 지역주택조합 등 아파트 신축 현장 2곳에서 대금 수백억원이 들어오지 않아 회생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법정관리 인가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하도급 협력업체, 입주 예정자들의 크고 작은 피해가 우려된다.

남양건설 대표는 대한건설협회 전남도회 회장을 맡고 있어 지역 건설업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적지 않다.

남양건설은 지난 2010년에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6년 4개월 만인 2016년 8월 회생 절차를 종결했지만 다시 자금난을 겪으면서 경영정상화 8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4월말 한국건설도 광주지법에 법인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냈다. 도급순위 99위인 한국건설은 2820억원 상당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한국건설은 광주 4개 신축 공사현장에 대한 중도금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사업포기서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하는 등 잇단 보증사고를 냈다.

지난 2월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5위인 새천년종합건설도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지난해부터 해광건설과 거송건설, 계원토건, 송학건설, 중원건설, 세움건설, 토담건설, 일군토건 등 지역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 건설사들의 자금난 심화에 지역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유동성 위기가 확산된 가운데 지역 내 건설수주까지 급감하고 있어 지역 건설사 줄도산에 대한 우려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광주지역 건설수주액은 7587억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9.8%나 줄었다. 전남지역은 토목공사 수주가 늘어 전년 동분기에 비해 22.9%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건설 비용까지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을 보면 지난 3월 공사비지수는 154.85로, 2021년 3월과 비교해 역대 최대치인 22.8%나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자원의 직접 공사비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원가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수주는 줄고 미분양은 증가하고 있어 지역 건설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건설사가 쓰러지면 하도급 업체 연쇄 부도는 물론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세제 감면과 대출 완화 혜택 등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