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1957년 작 두 얼굴. |
그 창작의 원천은 예술가의 일상과 경험 그 어디에서 인가로 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보고,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영감은 어떻게 표현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는 요소들은 더욱 다양하다. 정형화 되지 않은 자연의 풍경들, 새로운 심신적인 경험, 일상적 솔직한 감정들이고, 또한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고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여인(이성)이나 가족, 친근한 동료의 존재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한 예술과 창작의 촉매제나 발화점 역할을 하는 영감을 많은 이들은 ‘뮤즈’라고 부른다.
‘뮤즈(Muse)’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고대 그리스인이 만들어낸 신화와 전설)에서 유래 되었다고 전해진다. 제우스의 딸, 춤과 노래, 음악, 연극, 문학에 특별한 능력이 있어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주는 여러 명의 여신들을 뮤즈라 일컫기도 했다. 고대인들은 뮤즈를 ‘무사(Musa)’라고도 불렀는데 ‘생각에 잠기다, 상상하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뮤즈 여신들에 의해 영감을 받아 제작된 행위들은 ‘무지케(Mousike)’라고 하며, 이는 오늘날 뮤직(Music)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박물관을 의미하는 뮤지엄(Museum) 또한 뮤즈의 신전을 뜻하는 단어로부터 유래가 되었다.
고대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여신들의 신전을 줄기차게 방문했던 것처럼, 오늘날 많은 창조적 예술가는 그의 작품 속에 영혼을 불어넣어 주는 뮤즈의 존재를 평생 동안 한번이라도 만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여신들과 관련한 ‘샘 신화’엔 예술적 영감을 원했던 고대인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고대인들은 뮤즈 여신들이 사는 곳의 샘물을 마신 사람은 여신들로 부터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여신들의 샘물이 있다고 알려진 곳엔 늘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문전 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 이런 신화의 유래 덕에 오늘날 뮤즈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며, 고대인에게 예술적 재능을 줬다고 전해지는 뮤즈 여신처럼,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를 뮤즈(Muse)라 부르는 것이라 생각된다.
수화 김환기의 뮤즈. 그에게는 아내 김향안(1916~2004)이 있었다. 그녀는 대한민국 수필가로 활동했고, 김환기에게 예술에 대한 신념과 도전 의지를 견고하게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당시의 전통 가구와 항아리에 애정을 가진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즐기며 예술적 신조를 존중하였다. 그녀는 김환기가 파리로 유학을 가 좋은 새로운 환경에서 작품 활동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절대적 지원자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그의 예술적 동지이자 삶의 반려자로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김환기재단과 환기미술관을 건립하여 그의 예술세계를 연구하고 알리는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두 얼굴’ 제목의 포스터는 작품은 김환기가 1957년 벨기에 브뤼셀의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때 제작한 것으로 작가의 자화상과 아내의 모습을 함께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자연을 주로 그리는 김환기의 작품 중 보기 드문 인물화이자, 파리에서 작업 하던 시절의 화풍이 그대로 반영 된 애틋한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이다.
에곤 쉴레(Egon Schiele) 1915년 작 죽음과 연인. |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952년 작 Morning Sun. |
특히 호퍼의 작품 중에서도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작품으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작품 속 배경과 등장인물 사이에 극적인 빛의 명암을 넣어,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하는 것이 그 특징으로 닮아 있다. 그의 뮤즈는 예술학교의 동기로 만난 1924년 결혼하여 부부가 된 조세핀 호퍼(Josephine Verstille Hopper, 1883-1968)로 당시 촉망받는 신예 여류 화가이자 호퍼의 작품 속 여 주인공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2022년 에드워드 호퍼를 소재로 만든 영화
파브로 피카소와 도라 마르의 사진. |
예술가의 삶과 작품 세계에서 영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어디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찰나의 영감만으로 시대와 관객의 감동을 주는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가?
‘뮤즈’는 예술가에게 사랑, 슬픔, 괴로움, 평온… 수많은 감정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 오랫동안 작품으로 기록되고, 이야기로 전해진다는 점이 깊이 와 닿는다. 시대가 바뀌고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지속 되는 한 창작의 원천이 되는 많은 뮤즈적 요소들은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감각을 사로잡아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상상하고 공감하면서 또 다른 영감을 선사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