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5ㆍ18민주묘지 주차장 뒤 공터에 설치된 직원 체력 단련용 미니 골프연습장.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 |
국립 5ㆍ18민주묘지 관리소는 지난 27일 출입구를 지나 주차장과 연계된 매점 뒷편에 미니 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 골프연습장은 관리소와 30m 가량 떨어져 있으며 울타리에 가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골프연습장은 가로 3m, 세로 4.3m, 높이 2.5m의 철제 기둥에 그물망이 설치된 1인용 미니 골프연습장이다. 29일 찾은 골프연습장 한켠에는 7~8개의 공이 흩여져 있어 누군가 이미 골프연습을 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민주묘지 관리소는 미니 골프연습장에 대한 비난이 일자 참배객들을 위해 설치했다고 변명하다 '직원용'이라고 실토하는 등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묘지 내 골프연습장은 소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예산을 들여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5ㆍ18민주묘지 관리소 관계자는 "열린 묘지를 지향하는 민주묘지에 직원용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부임한 관리소장이 골프채를 기증해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 체력단련을 할 수 있도록 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5ㆍ18 단체들은 5월 영령들이 숨쉬는 신성한 국립묘지에 골프 연습장을 설치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5ㆍ18 묘지가 지향하는 '열린 묘지'는 많은 사람들이 5월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인데도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것은 오히려 5월을 욕되게 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5ㆍ18 유족회 관계자는 "민주묘지 관리소가 열린묘지에 대한 개념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서 "5ㆍ18 30주년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80년 5월을 알리는 전시와 기획 구상에 앞장서도 부족한 마당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연습장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5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곳을 직원들 임의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민과 참배객들도 골프연습장에 대해 의아해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참배를 하러 온 이모(61ㆍ서구 화정동)씨는 "아무리 직원 편의시설이라지만 국립묘지 내에 골프연습장을 만든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더구나 5월 영령이 숨쉬는 공간에 골프연습장을 조성한 것은 민주화 주역들을 욕먹게 하는 일"이라며 당장 철거를 주장했다.
5ㆍ18민주묘지를 포함, 전국의 7개 국립묘지에 직원 편의시설을 목적으로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국립묘지를 지휘ㆍ감독하는 국가보훈처 역시 5ㆍ18민주묘지 관리소의 미니 골프연습장 설치와 관련, 적절하지 않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립묘지는 경건하고 엄숙한 장소로 골프연습장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확한 진상을 파악한 뒤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kimj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