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우리와 함께 했던 그때 그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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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우리와 함께 했던 그때 그 물건
  • 입력 : 2022. 11.10(목) 16:03
  • 이용환 기자
근대 사물 탐구 사전. 초록비책공방 제공


근대 사물 탐구 사전

정명섭 | 초록비책공방 | 1만8000원

신간 '근대 사물 사전'은 세상을 바꾼 근대 문물을 통해 가장 격정적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그 사물이 만들어 낸 미래를 내다 보는 책이다.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근대는 우리나라로 넘어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시간'을 제공했지만 부정적 효과도 많았다. 장시간의 노동과 적은 임금이라는 자본주의적 시각도 가져왔다.

근대 시기,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을 거친 서양을 추종하던 일본에서 들어온 근대 문물로 어느 때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전차, 무성 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풍로, 측음기, 고무신 등은 자연스럽게 우리 품으로 들어왔다던 대표적인 사물들이다.

이런 새로운 문물은 양반과 노비,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다양한 모양으로 다가왔다. 신기한 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양반이 자신이 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버린 '전차'를 향해 노발대발하고, '무성 영화'를 맛깔나게 설명하는 변사 덕분에 직접 제작한 한국 영화도 탄생했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돈만 내면 좁은 골목길도 얼마든지 갈 수 있던 '인력거', 숯·석유·전기를 연료로 끝도 없이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부엌의 혁신 '풍로', '축음기'에 녹음되어 흘러나오는 노래까지 수많은 사물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그 시기 탄생한 사물들이 편리함만 전해준 것은 아니고 제국주의 영향 아래 식민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고통도 안겼다. '시간'의 개념을 확실하게 해준 전차는 경복궁의 서십자각과 담장을 허물어버리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전차 요금에 차등을 두고 조선인이 모여 사는 곳은 노선을 적게 설치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성냥 또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물건이었지만 당시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차별 받던 사람들의 땀의 결실이었다. 온종일 숨이 찰 만큼 뛰어 다니고도 고작 손에 쥔 돈이 '3전'뿐인 인력거꾼의 생계 또한 쉼 없이 '빨리 빨리'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오늘날의 플랫폼 노동자의 모습과 겹쳐진다.

과거는 오늘을 보는 눈이다. 혁신적인 물건은 과연 인간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가. 저자는 근대 사물이 언제 들어와서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를 추적하는 일은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라고 말한다.

한때 우리의 삶을 바꾼 혁신적인 사물을 탐구하면서 근대라는 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려 했던 시도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스마트폰, 자동차 같은 현대 문물의 명암을 살피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디로 이끌어갈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