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지도자 금품수수 논란… 출발점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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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운동부 지도자 금품수수 논란… 출발점부터 바꿔야
지도자·교원 대우 못 받아 ||비정규직에 고용계약 없어 ||학부모 “우리 돈으로 월급” ||고용안정·회계 투명성 필요
  • 입력 : 2022. 10.03(월) 17:31
  • 양가람 기자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이 학부모로부터 '뒷돈'을 받아 교육청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코치의 월급을 챙겨주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픽 최홍은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이 학부모로부터 '뒷돈'을 받아 교육청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본보 9월27일자, 9월29일자 보도〉, 광주 관내 일부 운동부의 경우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코치의 월급을 챙겨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코치들의 불안정한 신분이 학교 운동부 금품 비리를 근절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인다. 상당수 코치들이 교원 혜택은커녕 학교 측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못해 이들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로 학교 운동부 관련 후원금을 학교 회계에 편입시키는 등 학교 운동부 지도자의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지도자 금품수수, 후원회비 학교회계 미편입 등 문제로 교육청 감사 대상이 된 학교가 여전히 많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감독의 금품수수 문제가 불거진 A고교 야구부 관계자는 지도자 급여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치 대다수가 계약직 신분으로 학부모의 '뒷돈' 없이는 생계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A고교 야구부 학부모 B씨는 "그동안 학부모회가 직접 돈을 걷어서 야구부 운영비(버스 대절, 간식비 등)와 감독·코치 등 지도자 월급을 챙겨줬는데, 올해부터는 야구부장(체육교사급)이 학부모로부터 운영비 등을 받아 감독에게 전달한다"며 "감독 월급은 학교 행정실에서 지급하는데,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 돈이 많지 않아 여전히 학부모들이 따로 챙겨준다. 코치들 월급까지 다 챙기려면 매달 학교에만 들어가는 돈이 100여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학교 운동부 지도자 152명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63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전환율(22.65%)을 보였는데, 여기서도 학교 운동부 지도자'직'에 대한 정규직화는 이뤄지지 못해 일부 운동부 지도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이거나 아예 고용계약 없이 일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운동부 지도자는 체육교사(감독), 실제 지도하는 코치, 방과후 교사, 기숙사 관리자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며 "일부 감독과 코치들이 무기계약직 신분을 얻었다. 하지만 직에 대한 정규직화가 아니라 현재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신분이 뒤섞여 있고, 이들에 대한 현황은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학교에서 축구나 야구 등 인기 종목 일반코치들이 선수 학부모들의 돈으로 임금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며 "엄밀히 말해 이들을 '학교 운동부 지도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도자 대상 청렴교육 등 연수 프로그램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고용 불안은 사건이나 사고가 터졌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불러온다. 확실한 신원확인 조회를 거쳐 고용되는 일반 교원과 달리, 알음알음 소개로 온 코치들은 범죄 이력이나 과거 행적 등을 추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코치들의 불안정한 신분과 비정상적인 급여 체계는 되레 뒷돈에 대한 유혹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 B씨는 "코치는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도하고, 때론 감독에게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도 한다. 선발권을 쥔 감독에게 잘 보이려면 코치들과도 친분을 쌓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코치들 월급은 물론 따로 회식하라고 챙겨주는 뒷돈 등 액수가 상당하다. 지도자들을 따로 챙겨주는 비용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회계에서 지도자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코치들 월급은 학부모들이 갹출한 돈으로 충당한다"며 "코치들이 '짧은 기간 크게 한탕하겠다'는 심보가 아니라, 지도자로서 책임감을 갖게 하려면 그에 맞는 급여와 처우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