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원씩… 광주 고교 야구감독이 금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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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월 500만원씩… 광주 고교 야구감독이 금품 요구"
학부모 "입학 때부터 '돈 버는 법' 요구"||"식비 대납부터 거액 금전거래도" 주장||해당 감독 "성적 부진에 쫓아내려 음모"||광주시교육청·광산경찰 사실 파악 나서
  • 입력 : 2022. 09.26(월) 16:35
  • 양가람 기자
광주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감독이 학부모들로부터 향응 접대는 물론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교육청에 접수됐다. 그래픽 최홍은.
광주의 모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감독이 학부모들로부터 향응 접대는 물론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교육청에 접수됐다. 감독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경기 참여 등을 빌미로 금품을 챙겼다며 경찰에 고발조치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6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께 교육청 감사실에 A고교 야구부 감독의 향응 접대·금전투자 요청 등 비리 진정서가 접수돼 감사가 진행 중이다.

A고교 야구부 소속 자녀를 둔 학부모 두 명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야구부 감독 B씨로부터 향응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만남과 거액의 금전투자 등을 요구 받았다고 진정 사유를 밝혔다.

진정서를 제출한 학부모 C씨는 "지난 3월부터 4월께 B씨가 아들을 장학생으로 추천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왔다"며 "B씨는 타 학교와 달리 (A고교 야구부는) 학부모 운영회비가 없어 서울권 시합 출전 시 판공비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돈을 달라'는 뉘앙스를 계속 풍기길래 어쩔수 없이 7월께 아들이 받은 장학금 120만원을 '청룡기 야구대회 때 써달라'고 감독에게 전달했다. 운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다들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D씨는 "아들이 A고교에 진학할 무렵부터 (내가 사업을 하는 걸 알고) B씨가 '돈 버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지속적으로 연락해왔다"며 "아들이 야구부에 빨리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 향응 제공 요구를 들어줬고, 실제 그 덕인지 1학년임에도 경기에 몇 차례 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D씨가 B씨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한 향응은 B씨 가족 회식비 대납 등 수십여 만원씩 총 3건이다.

또 D씨는 B씨의 지속적인 금전 요구에 못이겨 지인과의 금전거래 방식으로 B씨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D씨는 "B씨가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해 올해부터는 (지인을 통해) 500만원씩 계좌로 입금했다. 매달 감당하기엔 어려운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D씨가 지인을 통해 B씨 계좌로 입금한 금액만 5900만원이 넘는다.

학부모들은 경찰에도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광주 광산경찰은 "금품 관련된 혐의로 접수된 것 맞다"면서 "참고인 조사 등 사실 관계 확인 후 빠르면 내주부터 관련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독인 B씨는 '본인을 퇴출시키기 위한 학부모들의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B씨는 "돈이나 향응·접대를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4년간 근무를 해오면서 올해만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정도로 팀 성적이 부진한데, 성적 부진에 대한 반발로 해당 학부모들이 나를 내쫓아내려 꾸민 모함이다. 처음엔 감독으로서 자괴감에 사직할까도 생각했지만, 법대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입시 체계는 감독 개인의 입김이 작용되지 않는 구조다. 대학 진학 시 감독 추천서는 팀·개인성적, 내신 등 객관적인 지표를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작성한다. 경기 출전 여부 역시 온전히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감독의 지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A고교는 B씨에게 대기발령 명령을 내린 상태로, 코치들이 학생들 훈련을 도맡고 있다.

일각에선 A고교 야구부에서 몇 년 전부터 학교폭력, 불법 찬조금(후원금) 등 민원이 숱하게 제기된 점을 언급하며 학교 운동부의 고질적 병폐라고 지적했다. 불법 찬조금은 '초·중등교육법'에서 정한 학교발전기금의 목적·조성 절차 등을 위반해 학부모들이 회비를 걷는 등 방식으로 조성한 금품이다. 학부모 운영회가 따로 있는 학교 운동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지만, 계좌 등 물적 증거가 없는 이상 밝혀내기 쉽지 않다.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대학 진학 문제가 달린 고교 운동부는 감독의 영향력이 (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하다"며 "특히 A고교는 비슷한 문제가 끊이질 않았던 만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징계, 재발방지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시교육청 감사실에 A고교 야구부의 후원금 관련 민원이 접수돼 감사가 진행된 바 있다. 시교육청 감사실은 현재 B감독 사안과 관련 불법 찬조금 문제도 있었는 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