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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AI 화가
  • 입력 : 2022. 09.20(화) 16:00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지난 2018년 미국 뉴욕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43만2500달러(한화 약 6억원)에 낙찰돼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 작품으로는 최초의 경매 기록을 한 이 작품은 프랑스 예술집단인 오비어스의 '에드몽드 벨라미의 초상'이었다. 온라인 시각 백과사전인 위키아트에 게재된 14~19세기 초상화 1만5000점을 입력, 학습시킨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당시 이 작품은 이날 경매에 함께 출품된 앤디워홀의 작품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낙찰돼 기염을 토했다.

인공지능 영역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다. 일상에서 소설, 그림, 작곡 등 인공지능(AI)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AI가 인간을 돕는 기계 영역을 넘어 예술 영역까지 성큼 들어와 감정없는 인공지능도 예술가로 인정해야 하느냐의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 25일 국내 최초로 AI가 쓴 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출간돼 이목을 끌었다. 저자는 AI 소설가 '바람풍'. 김태연 작가가 이야기 틀을 구성하고 핵심 문장을 입력하면 AI 소설가가 세부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산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오픈 AI가 개발한 '달리 2', 구글의 '이매젠'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간단한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사실적인 그래픽 디자인으로 변환하고,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많아지면 다양한 개념이나 속성 등을 연관시켜 더 정확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최근에는 '달리 2'의 경쟁자로 거론된 '미드 저니'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오픈베타 버전으로 출시된 '미드 저니'는 단 몆줄의 문장을 입력하면 약 1분후 멋진 예술적 이미지를 생성할수 있다. 미드 저니의 논란은 출시 한달만인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부문 대상을 거머쥐면서다. 이 미술 박람회 대상작인 '공간 오페라극장'을 그린 화가가 인공지능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앨런에 의해 제출된 이 작품은 중세시대를 소환하듯 이색적 분위기로 호평을 받았다. 대상 상금은 300달러(한화 40만원)에 불과했지만 예술계에서 뜨거운 찬반 논란을 초래했다. 앨런은 작품을 제출할 당시 '미드 저니를 거친' 제이슨 M. 앨런이라고 표기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장외에서는 예술 vs 기술을 옹호하는 층으로 나눠 시끌벅적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인공 지능이 생성한 그림은 예술 창작물인가, 혹은 산업 생산품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사실 회화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 접목은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았고, 화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컬러 매칭, 채도 등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훈련이나 거짓 데이터에 윤리적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저작권 소유권 문제 등을 놓고 갑론을박도 뜨겁다.

인공지능의 무궁무진한 활약은 기술혁신을 통한 예술 경계가 확장되는 측면이 강해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창작의 핵심은 감정과 주관이다. 이는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작가는 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사망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