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김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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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다시 만난 김홍재
  • 입력 : 2022. 09.13(화) 15:22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추석을 앞두고 지난 9월6일부터 8일까지 광주와 여수에서 열린 광주국제음악제와 남도국제음악제는 지역의 클래식 팬들에게 가을 밤의 멋진 서정을 선사했다. 이 클래식 향연이 민간 문화단체의 눈밝고 실력있는 전문가들의 열정으로 이뤄낸 점에서 놀라울 뿐이다.

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와 누림이 각각 주최한 광주국제음악제와 남도국제음악제는 코로나19 발생 3년만에 현장에서 생생한 감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광주공연의 경우 이틀간 빈좌석이 없을 만큼 클래식 팬들로 꽉찼다.



음향, 객석 위치 등으로 클래식 공연장으로 야박한 평가를 받는 광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만석이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마에스트로 김홍재, 피아니스트 손민수, 소프라노 김순영 등 요즘 클래식계 스타들의 친숙한 프로그램이 안목높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특히 마에스트로 김홍재에게 이번 광주무대는 특별했다. 지난 2019년 12월 시립교향악단에서 상상할 수 없는 수모를 겪으며 물러나 일본으로 돌아간 지 3년만에 서는 광주 무대였다. 광주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홍재는 토마 레이몬드 서곡을 시작으로 2시간동안 단원들의 완벽한 호흡을 이끌어내며 공연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특히 마지막 레퍼토리였던 김신의 교향시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의한 교향적 환상곡'은 김홍재에 의해 작곡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해석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꼿꼿한 자세로 절묘한 바통 테크닉을 선보였고,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 유수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은 영혼을 불어넣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400여 곡에 달하는 레파토리와 치밀한 곡 해석력, 열정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장악하는 힘이다. 지난 7일 새벽 일본으로 출국한 김씨는 "지금까지 수 십여년간 연주회가 한번도 취소된 적이 없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번 광주공연은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부담감으로 연주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지휘자인 세이지 오자와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사사한 그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한국에 소개됐다. 재일교포 무국적자로서 세계적 지휘자들과 어깨를 겨루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으로 특별여권을 발급받아 아셈 개막 축하공연에서 KBS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한국 클래식계에는 대단한 뉴스였다. 이후 9년간 울산시향 지휘봉을 잡으며 클래식 매니아인 박맹우 울산시장과 울산시향의 대외적 가치를 높였다. 지난 2017년 클래식을 좋아하는 윤장현 시장 시절 광주시향으로 옮길때에는 울산시향 단원들이 박맹우 시장에게 그의 광주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나설 만큼 클래식계 화제거릿였다. 그가 광주시향에서 보낸 3년은 끊임없는 견제속에서도 광주시향의 명성을 높였다. 그를 둘러싼 내부 민원은 시의회 조사에서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결과적으로 그의 재계약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와 광주시향이 보여준 반인권적 행정은 국내외 클래식팬들과 프로 오케스트라의 입살에 올랐다. 광주시향은 김씨와의 재계약을 약속해놓고도 임기 만료 한 달을 남겨놓고 딴소리를 하는 바람에 그의 영입을 타진한 다른 오케스트라로의 이동마저 불가능케해 비판을 피할 수없었다.

광주시와 광주시향이 진심으로 김홍재 마에스트로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비공식이기는 하나 이번 광주공연때 광주시 문화수도 정책관실에서 김씨를 찾아와 꽃다발을 전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만하다.



전 광주시향 예술감독이었던 마에스트로 김홍재는 광주의 중요한 인적 문화자산이다. 내년 광주문화예술회관 재개관 이후 어느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짓밟은 세계적 예술가의 자존심을 세워줄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그 자리에 강기정 시장과 시민들이 함께 거장이 지휘하는 연주회를 감상하면서 화해하는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