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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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표준 차례상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2. 09.07(수) 14:07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부장
'홍동백서(紅東白西)·조율이시(棗栗梨枾)'. 명절 차례·제사상을 차리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예법으로 통한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이다.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곶감을 뜻하며, 우리나라 차례·제사상에 기본으로 놓는 과일 4가지를 말한다.

그런데 홍동백서·조율이시 등의 차례상 예법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어디에도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을 다룬 문헌은 존재하지 않아서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최근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위원회는 유교적 형태의 제사 의식은 고려 말 신흥사대부가 등장하고 조선이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으면서 조선 초기에 나타났다고 봤다.

위원회는 "왕가나 사대부 집안이 주로 지냈던 제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민심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으로 전파됐다"며 "초기에는 딸, 아들 구분 없이 제사를 지내고 경비도 분담했으나 조선 후기 중국의 가부장적 주자가례가 들어오면서 남성이 제사를 주관했고, 이 명분으로 재산도 장자 중심으로 상속됐다"고 했다. 이어 "남존여비나 재가금지 등의 부산물이 이 시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위원회는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은 굳이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봤다.

위원회가 차례상을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화 방안'도 내놔 눈길도 끌었다.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에는 9가지 정도의 음식을 올리면 된다. 기본적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이다. 여기에 가짓수를 늘린다면 육류와 생선, 떡도 올릴 수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위원회는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도 된다"고 선포했다.

그렇다면 전국의 며느리들이 겪는 '명절증후군'은 사라질까.

위원회는 끝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방안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차례상을 간소화한 표준안이 나왔다 한들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그저 무용지물일 뿐이다.

세대갈등, 여성차별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상을 준비하며 오손도손 얘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진정한 차례·제사상 예법이 아닐까 싶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