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2-2> 군사 쿠데타 582일째… 민간인 사망 226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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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2-2> 군사 쿠데타 582일째… 민간인 사망 2263명
2020년 아웅산 수지 정당 압승 불구 ||새의회 개원하는 2021년 2월 쿠데타 ||군사정권 2023년 8월 총선 또 미뤄 ||미얀마 격화일로 내전 속 ‘안갯속’
  • 입력 : 2022. 09.04(일) 17:55
  • 도선인 기자

지난 7월 미얀마 군부가 초 민유 등 민주화인사 4명의 정치범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셌던 가운데, 태국 거주 미얀마인들이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시위 중이다. 뉴시스

세계 역대 최장의 쿠데타 역사가 미얀마에서 이어지고 있다. 당초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던 민 아웅 흘라잉 군사정권은 6개월씩 2번에 걸쳐 비상사태기간을 연장하더니 2023년 8월 총선을 미루겠다고 번복했다. 오늘로 쿠데타 발생 582일째를 맞은 미얀마는 수많은 사상, 격화일로 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개 속을 걷고 있다.

●국제사회 무관심 속 2000명 넘게 사망

2021년 2월 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국회의사당에 들이닥친 군부는 입법, 사법, 행정 전권을 장악하며 쿠데타를 감행했다. 이날은 2020년 총선에서 선출 의석의 83.2%를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민족민주동맹(NLD)이 문민정부 2기 의회를 개원하는 날이었다.

당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끄는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그녀의 오른팔 유 윈 민트 대통령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군부는 여당의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2번 연속 정권을 민주진영에 내어줄 수 없다는 권력욕이 자리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군사 독재의 역사가 70년 넘게 이어지면서 권력은 더욱 견고하고 막강해졌다. 그렇게 미얀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 1300달러의 최빈국, 수십 명의 소수민족을 처벌하고 쫓아낸 인권침해국으로 남았다. 더는 군부에 정치를 맡길 수 없는 시민들의 불만도 곪을 대로 곪았다.

쿠데타에 항의하고자 공무원들의 파업 형태로 시작된 시민불복종운동은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으로 번졌다. 예정대로라면 2021년 2월 NLD 중심으로 꾸려졌을 연방의회의 대표들은 범국민적인 지지에 힘입어 4월 임시정부 성격의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를 출범하고 5월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 소수민족과 연대한 PDF와 미얀마 군사정권 간의 내전은 외곽지역에서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곳곳에서 성명 등을 발표하며 미얀마 군사정권에 경고를 날렸지만,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8월 총리에 셀프 취임해 과도정부를 수립했다. 올 1월에는 국가비상사태 6개월 연장하며 권력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사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국가소요사태 유발, 자선단체 도킨지재단의 재산 은닉,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여전히 공무상 비밀법 위반 등 3건의 혐의에 대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난 2일까지 사망한 민주화인사 및 시민은 22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12일 기준으로 쿠데타 이후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총 125명에 이른다.

민민 AAPP 프로젝트 책임자는 "실제 수치는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의 정치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군부는 고문, 마을 불태우기, 소수민족 방어군 공격, 민간인 살해 등의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최근 국제사회에 보도된 4명의 정치범 사형집행 관련 재판은 완전히 짜고치는 행태였다. 정치범들이 갇혀있는 미얀마 감옥은 세계에서 최악의 환경으로 꼽힐 정도로 끔찍하다. 음식은 끔찍하고, 물도 오염됐고, 의료는 최악이며, 생활 조건은 동물원의 동물과 같다"고 말했다.

●군부에 초권력 부여한 2008년 개정법

2021년 2월 쿠데타를 감행한 민 아웅 흘라잉 당시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총선 이후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군부가 초권력적인 쿠데타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만들어진 개정헌법에 있다. 아웅산 수지에 대한 가택연금 조치와 친위쿠데타를 거듭하며 반세기 동안 군사정권이 유지되고 있었던 미얀마에서 국제사회 압박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2008년 직선제와 개헌을 이뤄내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개정한 헌법은 군부의 실권을 빼앗지 못하는 미봉책에 그쳤다. 2015년 총선에서 NLD가 압승함에 따라 들어선 첫 문민정부에도 불구하고 군부와 불편한 동거가 계속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얀마는 국민 총선거를 통해 상원과 하원에 해당하는 의회를 구성하는데, 상원 224석 중 56석과 하원 440석 중 110석, 총 166석은 군총사령관이 지명하는 군부의원에 무조건 보장된다.

또 군총사령관은 국방장관, 안보내무장관, 국경장관 등 3개 장관 후보자를 따로 지명할 수 있으며 군 통수권도 대통령이 아닌 군총사령관에게 있다. 개정헌법은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입법, 사법, 행정권을 군 총사령관에게 이양하고 의회 또한 동시에 해산하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쿠데타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연방의회 의원의 75%가 찬성해야 한다. 이미 166석, 전체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군부의 동의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부는 총선 시행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설 것을 대비해 군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해둔 것이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임기 말, 헌법 개정에 대해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군부와의 갈등이 심화됐고 결국 민 아웅 흘라잉 당시 총사령관은 2021년 2월 전격 쿠데타를 감행했다.

김성원 부산외대 미얀마어과 교수는 "2023년 8월 총선이 어떤 형태든 친 군사정권의 정당이 당선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선거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미얀마는 역사적으로 군사세력이 독립을 주도하면서 나라의 정통성이 군대에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다"며 "미얀마는 최근 10년 동안 황금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쿠데타 사태가 벌어졌다. 국제사회에서 풍부한 천연자원과 함께 가능한 경제개발과 인도적 차원의 시선 압박 갈림길에 있다"고 말했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교수는 "쿠데타 발생 초기 국내에서는 후원금을 모금한다거나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사업체와 경제교류를 끊는 식으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방법이 거론됐는데, 쿠데타 상황 자체가 장기화되고 국내 역시 정권이 바뀌면서 이런 노력들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동남아정책에 따라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NUG가 국제사회에서 합법정부로 인정받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군부에 의해 국가소요사태 유발, 자선단체 도킨지재단의 재산 은닉,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뉴시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