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2-1> 쿠데타 휘말린 평범한 시민들의 비극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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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2-1> 쿠데타 휘말린 평범한 시민들의 비극적 삶
●미얀마 국경지대를 가다①||상수도, 전기시설 없는 곳에서 피난 생활||PDF 활동으로 팔·다리 절단한 사례 많아 ||코로나 상황 겹치면서 봉사자 급감 ‘위기’
  • 입력 : 2022. 09.04(일) 17:55
  • 도선인 기자

전남일보와 5·18기념재단, 다문화 공연커뮤니티 드리머스는 지난 8월 공동으로 태국의 국경도시 매솟, 매사리앙, 매홍손, 치앙마이 등을 돌며 미얀마 쿠데타 이후 상황을 현장 답사했다. 답사의 목적은 1980년 광주와 유사한 상황의 미얀마 현지를 살펴보고, 그들을 도울 방법과 나아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그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새겨보고자 함이다. 이에 총 9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14일 태국의 국경도시 중 하나인 매사리앙 인근의 미얀마 실향민 캠프의 모습.

미얀마의 이뚜따 실향민 캠프에서 사 남매를 키우고 있는 매흐파(30) 씨는 내전을 피해 이곳에 온 지 어느덧 12년째다. 전기도, 상수도 시설도 없는 이곳에서 아이만 4명을 낳았다. 미얀마 군과 미얀마 소수민족 중 하나인 카렌 군 사이 전쟁으로 매흐파 씨가 살던 마을은 전체가 유실됐다고 했다. 그는 "마을이 사라지면서 국경지역으로 밀려오게 됐다. 쿠데타 이후 상황이 더 열악하다"며 "지금은 태국이든 미국이든 어디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전, 이뚜따 캠프는 태국의 매사리앙 도시와 가까워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설상가상 쿠데타 이후 이뚜따 캠프로 밀려온 난민은 189명이 늘었다. 식량, 의료품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카두 이뚜따 캠프 족장은 "이곳 캠프는 '카렌(소수민족 중 하나)'주의 통제구역이고 태국에 가까워서 미얀마 군대의 공격 위협이 상시적이지 않음과 동시에 군사정권은 우리를 책임지지 않는다"며 "쿠데타 이후 유입된 난민이 많아 생필품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태국의 국경도시 중 하나인 매사리앙 인근의 미얀마 실향민 캠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

태국에서 미얀마와 근접한 국경도시인 매홍손의 한 작은 병원. 이곳은 국경없는 의사회의 한 지점 병원으로 미얀마 국민이 몇 날 며칠 국경을 넘어 방문하는 곳 중에 하나다. 이곳에서 만난 콩(35) 씨는 지뢰 피해로 인해 두 다리가 절단된 상태로 재활치료 중이다.

콩 씨는 미얀마 소수민족 지역인 '샨'주의 몽이라는 도시에서 사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쿠데타 이후 지역분쟁이 심각해지자 지역군인으로 활동하면서 공습을 피해 거주지를 옮겨야 했는데 마을 주민들과 이동 중에 선발대에서 지뢰를 밟은 것이다.

치료방법은 단 하나, 치료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은 강을 넘어 태국 국경으로 가는 것뿐이었다. 난민 자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병원도 태국 국경에 있었다. 그렇게 사흘 동안 쪽배와 압박붕대에 의지한 채 국경을 넘었고 치료를 받았다. 콩 씨는 "지뢰 폭발, 공습이 전쟁 지역뿐 아니라 마을이나 교회, 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미얀마에 가족이 있다. 재활이 끝나면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양곤에서 학생이었다는 탄치(19) 씨는 2021년 쿠데타 이후 시민군에 합류했다가 팔을 잃었다. 그는 태국 국경도시인 매사리앙의 한 임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곳 임시병원은 미얀마 쿠데타 이후 외곽지역 내전으로 인한 부상자와 터전을 잃은 실향민들의 치료를 위해 국경 최전선에서 진료 업무를 보고 있다.

탄치 씨는 "쿠데타가 벌어지고 양곤에서 민주화운동 시위에 참여했다.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PDF(민주진영 임시정부의 시민방위군)가 구성됐을 때, 나는 이들과 함께 KNU(카렌민족연합)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소수민족 진영과 연대해 미얀마 군인과 싸우고자 최전선으로 향했다"며 "훈련이 끝나고 군용무기 생산부대에 배치받아 수류탄을 만들던 중 수류탄이 폭발해 한쪽 손을 잃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치료가 끝나면, 최전선에서 싸울 수는 없겠지만 부대에 돌아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고 싶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제3국으로의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와 태국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강을 기준으로 국경이 나뉜다. 그 길이가 1800km에 이르며 이는 한반도 길이의 1.5배가 넘는다. 태국 국경 쪽에 총 9개의 난민 캠프가 있으며 미얀마 국경 쪽에 난민 캠프는 셀 수 없이 많다. 태국 정부는 난민 수용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송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4일 미얀마 실향민 캠프를 방문한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이 캠프의 책임자에게 정수알약을 전달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